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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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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 이사회 활동의 종합 평점은 5점 만점에 4.5점.’ SK에너지가 올해 3월 말 내놓은 ‘2007년 사업보고서’ 149쪽에는 다른 기업의 사업보고서에서는 보기 힘든 내용이 담겨 있다. 이사회가 구성과 기능, 책임 등 세부 항목별로 ‘자기평가’를 한 뒤 종합 평점을 매긴 것. 이처럼 기업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으면서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핵심기구가 일반 임직원처럼 스스로를 평가하고 ‘성적표’를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SK에너지의 전신인 옛 SK㈜는 2003년 분식(粉飾)회계 사태 등을 겪은 뒤 2004년 3월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를 도입했다. 지난해 7월 1일 현재의 지주회사인 SK㈜와 사업회사인 SK에너지로 분리된 뒤 한 돌을 맞으면서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는 실험단계에서 성숙단계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에너지의 ‘이사회 실험’은 2004년 3월 이사회 지원 업무를 맡는 이사회 사무국 설치에서부터 예고됐다. 법무 기능의 일부로 운영하는 기업과는 달리 이사회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전담 조직으로 확대 개편했다.
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이사회 안에 감사와 사외이사 후보 추천, 전략, 인사, 제도개선 등을 각각 담당하는 전문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회는 한인구(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 이사, 전략위원회는 김태유(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이사 등이 각각 맡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공헌위원회를 신설했으며 조순(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이사가 위원장을 맡을 예정이다.
이사회 사무국 관계자는 “최태원(SK에너지 이사회 의장) SK그룹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서 사외이사를 대상으로 직접 경영 현안을 설명하는 것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고 말했다.
SK에너지의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는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의 ‘역할 모델’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룹 내에서도 관심이 높은 편이다. 이사회 사무국도 SK에너지를 시작으로 SK텔레콤과 SK건설 등이 잇달아 도입했다.
또 SK텔레콤은 이사회 안에 감사와 사외이사 추천, 보상 심의, 투자 심의 등의 전문위원회를 운영한 데 이어 지난달 5일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시민위원회를 신설했다.
SK건설도 5월 중순 이사회 내부에 경영, 감사,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 3개 전문위원회를 설치했다.
이에 따라 SK에너지가 처음 도입한 이사회 활동 평가제도가 앞으로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SK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