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재계 파워엘리트]현대그룹

  • 입력 2008년 6월 24일 03시 01분


‘불도저 현대’ 중흥 이끄는 ‘캔 두 경영’

역경 딛고 선 ‘玄다르크 군단’… “2년내 재계 10위권 진입” 뉴현대 프로젝트 야심

《현대그룹은 2003년 8월 고 정몽헌 회장이 타계한 후 부인인 현정은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현 회장 취임 후 외부의 경영권 장악 시도가 두 차례 있었고,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퇴출에 북한이 반발하면서 한때 남북 경협사업이 위기에 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나 올해 10월로 현 회장 취임 5주년을 맞는 현대그룹은 이제 정상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고 이 기간에 매출은 75%, 영업이익은 55% 늘었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158%였다. 올해 1분기(1∼3월)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6%, 103% 증가했다.

현대그룹은 이 같은 실적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범(汎)현대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른바 ‘뉴 현대그룹’ 프로젝트다.》

○ 현대그룹을 이끄는 핵심 경영자들

현 회장의 경영 리더십 키워드는 ‘긍정의 힘’이다. 취임 초 숱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긍정의 힘을 바탕으로 극복했다. 이에 영향을 받아 그룹 구성원들도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현 회장은 2010년까지 재계 1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달성하려면 현대건설 인수가 필수라는 판단에 따라 관련 인재를 꾸준히 영입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국내 여성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뽑은 ‘주목할 만한 세계 50대 여성 기업인’에 포함됐다.

현 회장을 보좌하면서 현대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좌장(座長)은 현대증권 김중웅 회장이다. 김 회장은 옛 재무부 관료와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재정실장 등을 거친 금융 전문가로 1994년 현대그룹에 합류해 현대경제연구원 원장과 회장을 지냈다. 지난해 현대증권 대표이사 회장 취임 직후 ‘비전 2010’을 선포하고 국내 최고의 투자은행으로 도약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사내(社內) 인트라넷에 매주 ‘세심록(洗心錄)’을 올려 창조적 열정과 역동적 화합 등 경영철학을 전파하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을 이끄는 김성만 사장은 서울대 공대를 거쳐 미국 미시간대 대학원에서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신시내티전자를 거쳐 한국유리 사장과 부회장을 지낸 전문경영인이다. 올해 초 현대상선 대표이사로 영입돼 글로벌 경영자로서 보폭을 넓혀 가는 한편 풍부한 경륜과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현대상선의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올해 4월 취임한 최경수 현대증권 사장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경제와 금융에 대한 이해가 깊다. 행정고시 14회로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장, 세제실장 등을 거쳐 조달청장을 지냈고 2005년 퇴임 후 계명대 경영대 교수와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최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바이 코리아의 명성을 되찾아 업계 1위 증권사를 만들자”고 말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 베테랑 CEO 곳곳에 포진

지난해 4월 취임한 송진철 현대엘리베이터 사장은 1973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34년간 현대에서만 일했다. 중동 건설 붐이 한창일 때 해외건설 공사를 맡아 관리능력을 인정받았고 이후 동서관광개발 대표이사와 현대지네트 대표이사를 지냈다. 엘리베이터 신규 설치 기준으로 지난해 7993대를 팔아 창립 이래 처음으로 회사를 관련 업계 1위에 올려놓았다.

김병훈 현대택배 사장은 1977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재무담당, 현대건설 인사담당, 현대전자 관리본부장, 하이닉스반도체 경영지원본부장 등 30년 넘게 현대와 함께했다. 하이닉스반도체 경영지원본부장 때 회사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이끈 공로로 1999년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하는 등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의 안정 성장을 이끌고 있다.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은 197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현대전자 기획실 상무 등을 지낸 정통 ‘현대맨’이다. 1998년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단 전무가 된 그는 그해 ‘소 떼 방북’부터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사업 등 각종 남북경협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2005년 3월 현대아산 사장에 취임해 금강산 관광객 연 30만 명 시대를 열면서 만성 적자였던 이 회사를 3년 연속 흑자 기업으로 전환시켰다.

이기승 현대유엔아이 사장은 현대그룹 비서실 사장을 겸임하고 있다. 외환은행 영업본부장을 지낸 이 사장은 2004년 그룹 경영전략팀 전무로 영입돼 2006년 경영전략팀이 이름을 바꾼 기획총괄본부의 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7월 현대유엔아이 대표이사 부사장에 취임해 매출을 50% 이상 늘리는 등 짧은 기간에 회사를 고속 성장시켜 이달 16일 사장으로 승진했다.

16일 영입된 그룹 전략기획본부 하종선 사장은 변호사로 법률자문과 인수합병(M&A) 업무를 주로 해오다 2004∼2007년 현대해상화재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하 사장은 현대건설 인수 등 그룹의 미래 비전 달성을 위한 전략 수립 및 추진, 기업가치 제고 등의 사활이 걸린 그룹 업무를 추진할 적임자라는 기대를 내부에서 받고 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원장은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92년 현대경제연구원 경영본부장으로 영입돼 2004년 원장으로 내부 승진한 첫 케이스다. 일이 있으면 솔선수범하고 다양한 연구 활동을 직접 챙기는 ‘실천가형 리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현대건설 출신들 경영 최일선 지휘 ▼

현대그룹 경영의 최일선에는 베테랑 ‘현대맨’들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시절 그룹의 주력 계열사였던 현대건설 출신으로 현대맨 특유의 끈기와 우직함을 바탕으로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박재영 현대상선 부사장은 1978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을 거쳐 1992년 핵심 계열사인 현대상선으로 옮겼다. 그룹 내 손꼽히는 ‘기획·회계통’으로 기업 공개와 외환위기 이후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주도했고, 현재 전략·인사·회계·재정을 총괄하고 있다.

강연재 현대증권 부사장은 1979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을 거쳐 2001년 현대증권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영입됐다. 당시 증시 침체와 현대증권 매각 추진 등으로 어수선했지만 경영 혁신으로 현대증권의 경영 정상화에 큰 힘을 보탰다.

노치용 현대증권 부사장은 197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현대전자를 거쳐 1997년 현대증권으로 옮겨 투자은행(IB) 업무와 영업 전반을 맡고 있다. 현대전자, 현대증권, 현대그룹에서 홍보를 맡아 유동성 위기 등 굵직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룹의 ‘입’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강연 현대아산 부사장은 1973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35년 동안 건설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파왔다. 2004년 법정관리 중인 동아건설 사장을 맡아 ‘외도’를 했지만 2006년 친정인 현대아산에 복귀했다. 올해 초 개발사업단장을 맡아 개성공단 1단계 사업을 마무리했다.

안홍환 현대엘리베이터 부사장은 그룹 종합기획실, 현대석유화학, 현대증권, 현대상선을 거쳐 2006년 현대엘리베이터 부사장이 됐다. 주요 계열사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에서 그룹 경영 전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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