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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6월 1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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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전망 5% 아래로
기계류 7년만에 감소
최근 대내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성장률, 물가, 경상수지 등 주요 경제지표는 전망치에서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2월 이후 한국은행의 관리상한선(연 3.5%)을 매달 웃돌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는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4.9%에서 6월에는 5.3∼5.8%로 올라설 것”이라고 15일 내다봤다. 소비자물가가 5%대에 진입한다면 이는 2001년 6월(5.0%)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들은 ‘물가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석유, 휴대전화서비스, 자동차, 의료, 사교육 등 5개 분야의 가격 담합, 독과점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중점 감시해 대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 경기가 둔화되거나, 원유에 대한 국제 수요가 줄어 원유 가격이 하락하기 전까지 소비자물가가 안정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유가가 추가로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연말에나 물가 상승세가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성장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0%에서 각각 4.7%와 4.9%로 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도 각각 5.2%에서 4.3%로, 4.6%에서 4.2%로 전망치를 하향조정했다.
그나마 1분기(1∼3월) 한국의 성장을 지탱한 수출이 하반기(7∼12월)에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정부가 정책의 우선순위를 성장에서 물가 안정으로 옮기면서 ‘고(高)환율 정책’을 일정 부분 포기했기 때문이다. 한은은 올해 경상수지 적자폭을 당초 30억 달러에서 최근 약 80억 달러로 수정했다.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성장 잠재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1∼3월) 기계류 투자는 작년 동기 대비 0.9% 줄었다. 전년 동기 대비 기계류 투자가 줄어든 것은 2001년 1분기(―1.0%)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2000년 이후 성장률, 물가, 경상수지라는 경제지표가 모두 악화된 것은 처음”이라며 “유가가 안정을 찾지 못한다면 하반기 한국 경기는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 와중에 곡물값까지 올 수입액 증가율 63.6%… 원유 앞질러▼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들어 곡물 수입액 증가율이 원유 수입액 증가세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곡물은 31억1900만 달러어치가 수입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억700만 달러에 비해 6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원유 수입액은 221억4100만 달러에서 351억7400만 달러로 58.9% 늘었다. 이 같은 곡물 수입 증가세는 원유는 물론 광물 수입 증가율(20.8%), 철강재 수입 증가율(48.6%)보다 가파르다.
한편 올해 5월 수입액은 유가와 곡물가 상승으로 지난해에 비해 28.8% 증가한 385억 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26.9% 증가한 394억 달러로 집계돼 5월 무역수지는 9억 달러 흑자를 보였다.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