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6월 4일 18시 2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교통체증으로 거북이걸음을 하는 차량 행렬 사이에서 현대자동차 클릭(현지명 겟츠)과 엘란트라(아반떼)가 잇따라 지나갔다. 현대차는 거리에서 1분 새 3~4대가 보일정도로 러시아의 대중차가 된 느낌이었다.
러시아 유학생 이재성(32) 씨는 "현대차 때문에 모스크바 교통체증이 더욱 심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눈에 띄게 현대차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러시아에서 매년 30% 이상 판매를 늘리며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판매차종은 소형차 위주여서 올 하반기(7~12월)부터 러시아에 판매하는 제네시스 등 대형 고급차를 팔기 위해서는 평범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노사관계도 안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에서 약진하는 현대차
현대차는 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간 생산 10만대 규모의 현지 공장 착공식을 연다. 물량이 모자랄 정도로 판매가 잘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1~4월 러시아 수입차 시장에서 6만5458대를 팔아 1위 시보레(6만5751대)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달리고 있다. 판매망을 강화해 올해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1990년 러시아에 진출해 그해 100대를 판 현대차는 지난해 14만7843대를 판매하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러시아 전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5.8%다. 올해는 20만대를 판매해 작년보다 35%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모스크바의 현대차 딜러점 '롤프'에는 이날도 차를 보려고 방문하는 고객이 많았다.
고객 샤를로노프 세르게이 씨는 "현대차는 중산층의 입맛에 맞는 차를 잘 만들고 있는 것 같다"며 "현대차와 도요타 차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드미트리 세르게예프 롤프 지점장은 "최근 현대차의 품질과 디자인이 좋아지면서 찾는 고객도 많이 늘어나 엘란트라의 경우 최대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며 "러시아공장이 생기면 물량공급이 원활해지고 '러시아 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생겨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올해 4월까지 러시아에서 판매한 차종 중 80%는 소형과 준중형 모델이다.
중형차인 쏘나타는 7.3%, 대형차 그랜저는 0.3%에 그친다. 수익이 많이 남는 중·대형 모델 판매가 부진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그랜저 3.3의 현지가격은 5만2000달러(약 5300만 원)로 중산층이 사기에는 비싸고, 상류층은 그 정도 가격이면 현대차보다 유럽산 차를 구입한다고 한다.
노조의 파업 문제도 풀어야할 과제다. 현지 딜러들은 파업기간이 다가오면 공급부족을 우려해 3분의 1정도 주문량을 줄인다.
한 러시아인 딜러는 "제네시스가 품질은 최상급이지만 렉서스처럼 고급브랜드로 분리하지 않으면 초기 판매가 쉽지 많은 않을 것"이라며 "파업이 없으면 러시아 판매는 더욱 신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