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은행거래 자금 실소유자 확인

  • 입력 2008년 4월 25일 02시 57분


기업 지분 25%이상 주주현황 파악 ‘돈세탁’ 원천봉쇄

개인 소득-거래규모 비교… 자금출처 확인요청도 가능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는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 자금의 실제 소유자인지를 확인하는 제도가 2012년경 도입된다.

정부는 제도 도입 전인 올해 말부터라도 일부 계좌에 대해 자금의 실소유자 여부를 시험 검증할 예정이다.

24일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내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가입을 앞두고 이런 내용을 담은 ‘실소유자 확인제도 도입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도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에 따라 실제 거래 당사자 여부를 파악할 수 있지만 의무조항이 아니어서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은행은 돈세탁을 한 계좌를 찾아낼 경우 책임소재를 정확히 묻기 위해 기업 고객에 주주명부와 이사회 회의록 등의 자료를 요구해 지분이 25% 이상인 실소유자를 확인해야 한다. 기업 계좌가 법인 명의로 개설되는 현 상황에선 돈세탁이 벌어져도 기업 관계자 중 누가 불법 행위를 주도했는지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올해 말에는 상장기업의 공개된 자료와 기존에 확보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등 기업에 거부감을 주지 않는 방법으로 소유구조를 파악할 예정이다.

2012년경 실소유자 확인 방안이 법에 명시된 다음에는 비상장기업에 대해 주주명부와 회의록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어 개인 고객에 대해 은행은 대출 신청이나 계좌 개설 때 개인이 제공한 소득정보와 실제 거래규모를 비교하는 방법으로 실소유자를 확인한다.

예컨대 연간 소득이 5000만 원이라던 사람이 계좌 개설 후 어느 날 2억 원을 입금했다면 이 자금의 실소유자가 아니라고 간주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고객에게 직접 자금 출처를 물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 자금 책임자가 자기 이름으로 통장을 만든 뒤 회사 돈을 운영하는 경우 은행은 이를 돈세탁 가능성이 있는 차명계좌로 분류하고 FIU에 신고를 해야 한다.

FIU 당국자는 “실소유자와 계좌주가 달라 돈세탁 우려가 큰 계좌에 대해 궁극적으로 은행이 거래 중단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은행이 고객 신원을 정밀하게 확인하는 기준은 거래금액이 2000만 원 이상인 계좌지만 앞으로는 이 금액이 크게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 자금을 쪼개 거래하는 돈세탁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은행들은 최근 실소유자 여부 확인에 앞서 기존 고객을 △개인, 법인 △상장법인, 비상장법인 △돈세탁 관련 위험업종, 안전업종 △외국인, 내국인 등 여러 기준으로 분류했다. 돈세탁 위험 가능성에 따라 고객에 요구하는 소득 및 신원 자료에 차등을 두기 위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돈세탁 방지라는 취지는 좋지만 고객들이 밝히길 꺼리는 정보를 요구해야 할 경우 고객이 다른 은행으로 발길을 돌릴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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