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얼굴, 웃음꽃 피었습니다

  • 입력 2008년 4월 21일 02시 54분


감성경영 시대… 더 친근하게 더 밝게

‘회사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이미지(CI)를 바꾸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각 기업은 기존의 문자 위주에서 벗어나 도형 모양의 아이콘을 비롯해 다양한 색채와 글꼴로 만들어진 감성적인 CI를 선보이며 소비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 ‘감성경영 시대’의 한 풍속도라는 말도 나온다.

○ 영문 소문자와 아이콘 활용

최근 CI 변경 사례 중 눈에 띄는 기업은 웅진그룹이다. 영문 소문자 ‘웅진’ 테두리에 아이들 동화책에서 봄직한 알록달록한 아이콘 6개가 배치돼 있다.

웅진그룹의 경영이념인 ‘일·사회·변화·조직·도전·고객’ 6개의 사랑을 아이콘에 담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글자체는 네덜란드계 디자인기업 ‘스튜디오 둠바’에서 고안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주위에서는 너무 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100년, 200년이 흘러도 기업을 대표할 수 있는 CI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CI를 바꾼 매일유업은 밝은 하늘색 영문 소문자 ‘매일’ 옆에 신선함을 상징하는 우유 방울을 형상화했다. CI 발표 후 유(乳)제품 전문기업의 이미지를 적절히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건축자재전문기업인 KCC는 33년 장수 브랜드 ‘고려페인트’의 명칭을 아예 ‘KCC페인트’로 바꾸고 환경 친화적인 제품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녹색으로 영문 소문자 ‘페인트’를 표현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녹차 브랜드 ‘설록’은 장인정신을 담았다는 의미로 인장(印章) 테두리 안에 설록을 영문 소문자로 표기했다.

디자인포커스 홍승연 실장은 “e메일 주소가 소문자로 구성되는 등 소문자에 익숙한 인터넷 문화가 확산되면서 기업 영문 이름도 소문자로 표기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 삼양사, 한화 등이 다른 기업보다 앞서 CI를 영문소문자로 바꿔 소비자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사례다.

CI를 모두 바꾸는 대신 기존 CI의 아이콘과 글자체에 변화를 준 기업도 있다.

비씨카드는 대표적인 아이콘인 붉은색 구(球)의 입체감을 살리고 구의 그림자를 없앴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좀 더 운동감 있고 입체적으로 표현해 미래지향적인 기업의 비전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청과기업인 돌(Dole)은 기존 CI에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의 이미지를 더했다. 롯데마트는 기존 CI에 ‘행복드림’이라는 아이콘을 덧붙였다.

○ ‘붉은 옷 입기’도 확산

과거에는 금기시되던 붉은색으로 기업의 CI를 표현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눈에 확 띄고 열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 색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최장수 제과업체인 해태제과는 최근 바꾼 CI에서 ‘해태’의 ‘ㅌ’을 열린 공간과 창조적 시각이라는 기업 비전을 담아 적색 테두리로 처리했다. 색상도 이전의 짙은 적색이 아니라 부드러운 색상을 택했다.

‘쌀로별’로 잘 알려진 기린은 만화 캐릭터의 활짝 웃는 입 모양을 형상화한 CI를 선보였다. 이 회사 전은희 팀장은 “따뜻함을 주는 붉은색을 사용해 소비자에게 신뢰와 친근함을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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