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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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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사욕서 비롯된 배임과 달라 불구속”
‘불법로비’ 김용철씨가 주장한 혐의 못찾아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해 온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17일 이건희(66) 삼성그룹 회장을 배임과 조세포탈 등 3개 혐의로 기소하는 등 전현직 삼성 임원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 대상은 이 회장을 포함해 이학수(61) 전략기획실장(부회장), 김인주(49) 전략기획실 사장, 최광해(52) 전략기획실 부사장, 유석렬(57) 삼성카드 사장, 박주원(54) 삼성SDS 미국법인장, 현명관(66) 전 삼성물산 회장, 김홍기(61) 전 삼성SDS 대표, 황태선(60) 삼성화재 사장, 김승언(50) 삼성화재 전무 등 10명이다.
조 특검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특검 건물 6층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검이 1월 10일 출범한 뒤 99일 만에 수사를 사실상 끝낸 것이다.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과 관련해 이 회장과 전현직 전략기획실 핵심 임원인 이학수 김인주 현명관 유석렬 씨에 대해서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헐값에 발행한 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사도록 해 에버랜드 측에 최소한 969억 원의 손해를 안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가 적용됐다.
차명계좌 및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이 회장과 이학수 김인주 최광해 씨는 삼성생명 주식 2조3000억 원어치를 포함해 총 4조5000억 원을 은닉하고 1199개의 차명계좌로 계열사 주식을 거래해 남긴 차익 5643억 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1128억 원을 내지 않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로 기소됐다.
이 회장에겐 주식소유변동 상황을 증권감독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도 추가됐다.
유석렬 김홍기 박주원 씨에게는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가, 황태선 씨에게는 특가법상 횡령 혐의가, 김승언 씨에게는 특검법 위반(증거인멸)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특검팀은 특검법상 수사 범위에 있는 사안을 검찰로 넘기지 않고 모두 종결했다.
정관계 및 법조계를 대상으로 한 불법 로비 의혹의 경우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으며, 삼성 채권이 2002년 대선자금과 최고 권력층에 제공됐다는 의혹 등은 채권 유통 흔적이 없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했다.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비자금으로 해외 고가 미술품을 구매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용된 돈이 횡령금이 아니라 이 회장의 차명재산인 것으로 결론 냈다.
조 특검은 이날 “오늘 기소한 범죄 사실은 배임 이득액이나 포탈세액이 모두 천문학적인 거액으로 법정형이 무거운 중죄”라면서도 “이 사건은 개인의 탐욕에서 빚어진 전형적인 배임 및 조세포탈 범죄와는 다른 측면이 있다”고 불구속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삼성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이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해 “이번에 문제된 부분은 기본적으로 경영권 보호와 방어를 위한 지분분산의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일반적인 조세포탈 사건의 동기와 과정, 내용과는 다르다”고 해명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전영한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신원건 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미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