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2% 아쉬운 ‘현대카드 배우기’

  • 입력 2008년 4월 17일 02시 55분


새 정부 출범 후 공직사회에서 민간기업인 현대카드의 조직관리를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서울시가 ‘현대카드식 실험’을 한 데 이어 국세청도 최근 청장 등 고위 간부 집무실의 벽을 헐고 유리벽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공무원 조직이 민간기업의 조직 운영 방식을 배우려는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유리벽 집무실의 경우 간부가 무얼 하는지 즉각 알 수 있기 때문에 간부가 자거나 노는 등 ‘딴 짓’을 해도 넘어갈 수 있었던 기존 집무실과는 차이가 적지 않습니다.

다만 이들 기관이 조직 문화까지 받아들이면 ‘금상첨화’일 것 같습니다. 실제로 청와대 비서관실 벽은 반투명 유리입니다. 따라서 현대카드 임원실의 완전히 투명한 유리벽만큼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진 않습니다.

서울시가 현대카드를 벤치마킹한 드래프트제도도 그렇습니다. 이 제도는 6급 이하 공무원으로 ‘풀’을 구성해 각 실국이 직원을 뽑아가게 하는 제도로 현대카드의 사내(社內) 인력 시장인 ‘커리어마켓’을 본뜬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공무원은 이 제도가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쓰이지 않을까 신경 쓰는 것도 사실입니다.

손장익 현대카드 경영지원실장은 “커리어마켓은 직원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제도”라고 말합니다. 상사가 마음에 안 드는 직원을 내보내거나, 직원이 지금 맡은 일에서 도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거죠.

실제로 이 회사에서 커리어마켓이 만들어진 뒤 직원들은 원하는 일을 하게 된 만큼 책임감이 높아지고, 이는 회사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상사들도 직원 이탈을 막기 위해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힘쓰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민간 부문이 무조건 우월하다는 생각은 ‘공직 만능 사고(思考)’만큼이나 위험합니다. 하지만 이왕 공직사회가 민간기업의 장점을 과감하게 벤치마킹하겠다면 제도 정착을 가능케 하는 ‘2%의 노력’을 통해 훨씬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네요. 관가(官街)에 불고 있는 새로운 바람이 성과를 거둬 진정한 공복(公僕)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봅니다.

김유영 산업부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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