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재계 파워엘리트]현대·기아차그룹<下>

  • 입력 2008년 4월 10일 02시 59분


임원마다 재무-마케팅-해외영업 등 ‘개인기’… 그룹 사업다각화 이끌어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에게는 ‘현대맨’ 특유의 돌파력과 함께 각자 뛰어난 ‘개인기’가 있다. 재무나 회계에 뛰어나 계열사의 살림살이를 잘하거나 풍부한 해외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판매와 마케팅에 두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경영이 힘든 기업을 맡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구원투수가 있는가 하면 오랫동안 수출을 맡으며 잔뼈가 굵은 해외 영업의 ‘달인(達人)’도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철강, 건설, 기계, 물류, 금융 등 10여 개 분야에 이르는 다양한 사업군에서 약진을 하는 것은 정몽구 그룹 회장의 리더십과 함께 그를 보좌하는 다양한 CEO들의 존재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최고 품질의 냉연강판을 생산하는 BNG스틸의 유홍종 회장은 현대차그룹 사회봉사단장으로서 그룹의 사회공헌 문화를 가꾸어 나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대한양궁협회 회장과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지내는 등 체육계에 발이 넓으며 오랫동안 정 회장과 호흡을 맞춰 온 가신이다.

이여성 현대로템 부회장은 1977년 현대종합상사에 입사한 뒤 30년간 줄곧 수출 업무를 담당했다. 2004년 로템을 맡은 뒤 국산 철도 차량을 아일랜드,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북미, 뉴질랜드 등지에 수출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대통령표창과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그룹 내 건설부문을 맡는 김창희 엠코 부회장은 판매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통’이다. 조용한 성격에 꼼꼼하고 치밀한 업무 스타일을 갖고 있으며 인적 네트워크가 뛰어나 맡은 업무마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최재국 현대차 사장은 국내외 영업과 기획을 동시에 맡고 있다. 재무와 해외판매 경험이 풍부해 국내와 해외 영업을 동시에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6년 미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엑셀의 판매 신화를 창조하는 데 일조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미국 판매실적 신장에 공을 세웠다.

최한영 현대차 사장은 홍보 임원 출신으로 현재 상용사업부문을 맡고 있다. 최근 명품 트럭과 고급버스, 상용엔진의 독자기술 개발을 이끌며 상용차 부문의 약진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총괄 담당 사장으로 임명돼 박람회 유치에 공을 세웠다. 한양대 영어영문과 출신.

현대차 울산공장장인 윤여철 사장은 생산부문 총괄 책임자로서 공장별 현안을 매일 꼼꼼히 챙기는 등 부지런함이 몸에 배어 있다는 평. 특히 모든 일처리에 있어 현장을 먼저 확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현장 중심형 CEO’로 작업현장과 생산라인 등을 직접 돌아보고, 노사 관계를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대정공 출신인 김용환 현대차 사장은 오랫동안 수출 업무를 담당한 해외영업 전문가. 현대차 유럽법인장, 현대차와 기아차 해외영업본부장을 거치며 신임을 얻어 현재 감사실, 총괄법무실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대 박사 출신인 팽정국 현대차 정보기술총괄본부장(사장)은 기계기술 전문가다. 지속적인 정보기술(IT) 분야의 혁신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술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는 핵심 인물이다.

김승년 현대차 사장은 정몽구 회장을 현대정공 시절부터 15년 이상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신임을 얻었다. 현대차 경영지원본부장과 구매총괄본부장을 지내면서 회사 안살림을 도맡았으며 일처리가 신중하고 안정감이 있다는 평을 듣는다.

조남홍 기아차 사장은 현대정공 출신으로 개인사업을 10년 가까이 하다 재입사해 능력을 인정받은 케이스. 기아차 노사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신차 발표가 없었음에도 나름대로 경영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기아차의 실적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한양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정성은 기아차 생산개발총괄본부장(사장)은 전무 시절 기아차의 중국 법인에 근무하며 해외생산기술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룹의 주력인 현대차 외의 계열사 CEO 가운데는 정석수 현대모비스 사장이 우선 눈에 띈다. 1977년 현대그룹에 입사해 현대제철, 현대캐피탈, 현대파워텍 대표이사를 거쳐 2005년부터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재정, 경리 분야를 두루 거친 재무통으로 그룹 내부에서 ‘구원 투수’로 통한다. 경영 상태가 안 좋은 계열사 대표이사를 맡아 정상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 그룹 내 사장급 인사 중 최고참이다.

물류부문을 맡은 김치웅 글로비스 사장은 재경과 구매 부문에서 두루 경험을 쌓아 환율 문제와 고(高)유가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지난해 전년대비 35.8%의 매출 신장과 67.1%의 영업이익 신장이라는 경영실적을 이뤄냈다. 현대정공 재무파트에서 잔뼈가 굵었으며 구매, 감사 등 다양한 업무를 거쳐 정몽구 회장의 신임이 두텁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인수한 현대차IB증권의 제갈걸 사장은 현대자동차에 입사한 뒤 경영, 재무 등 경영전반에 걸친 주요 업무를 맡아 능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 기아차의 기획실장을 맡으며 경영을 안정화하는 데 공을 세웠다. 이후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로 자리를 옮겨 다시 한 번 경영, 재무에서 능력을 발휘해 신설된 현대차IB증권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홍보임원 출신인 이용훈 현대로템 사장은 꼼꼼하면서도 신속한 업무 처리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홍보담당 부사장 때 ‘현대차 비자금 사건’ 등 민감하면서도 굵직한 사건으로 마음고생을 많이 한 뒤 계열사 사장으로 발탁됐다.

이병석 엠코 사장은 고려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건설에 입사해 평생을 건설 한 길로 걸어왔다. 근면과 전력투구를 좌우명으로 삼을 정도로 업무에 열정적이어서 관련 업계에서는 일벌레로 소문이 나 있다. 석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아직 CEO는 아니지만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부사장도 적지 않다. 품질 전문가인 신종운 기아차 부사장, 부품 분야에 정통한 정남기 현대모비스 부사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사장, 그룹 홍보 책임자인 김덕모 부사장 등이 대표적인 ‘유망주’로 꼽힌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가족의 힘!▼

정의선 사장-정성이 고문 등 지근거리 보좌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슬하에 1남 3녀를 두고 있다.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비롯해 자녀 및 사위 4명이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정의선 사장은 현대모비스 전무, 현대캐피탈 전무, 현대차 부사장을 거쳐 2005년 3월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최근 기아차 대표이사 자리를 내놓았지만 앞으로 부친의 뒤를 이어 ‘그룹 대권(大權)’을 물려받을 ‘0순위자’다.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대그룹 후계자지만 겸손하고 가정교육을 잘 받은 것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공장을 방문하면 현장 반장에게도 깍듯이 인사를 한다.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은 현대차그룹이 발주하는 광고를 대부분 제작하는 이노션의 최대 주주. 남편은 의사인 선두훈 대전 선병원 이사장이다. 정 고문은 직원들과 노래방에 가서 스스럼없이 어울리곤 한다.

정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카드 및 현대캐피탈 사장은 2003년 사장 취임 이후 튀는 감각의 광고를 만들어 카드업계 바닥권에 있던 현대카드를 4년여 만에 상위권 업체로 급성장시켰다.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의 큰아들로 최근 부인인 정명이 씨와 함께 현대커머셜 지분을 대거 사들여 현대차그룹의 금융 부문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셋째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사장은 현대정공 샌프란시스코 지사 차장, 현대강관 국외영업담당 이사, 현대하이스코 부사장 등을 거쳤다.

한편 정 회장의 조카인 정일선 BNG스틸 사장은 정 회장의 동생인 고(故)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큰아들이다. 사촌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과 동갑으로 어릴 때부터 가까운 사이인 데다 백부인 정몽구 회장의 애정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2008 재계 파워엘리트’ 시리즈 매주 화, 목요일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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