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4월 8일 02시 5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 |
■ 자통법 시행령 입법예고 이후 증권업계 반응
‘자본시장과 금융 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통합법)’ 시행령이 입법 예고된 다음 날인 7일 증권주는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직전 거래일인 4일보다 7.07포인트(0.40%) 오른 1,773.56으로 거래를 마쳤지만 증권업은 1.88% 내려 업종지수 중 하락폭이 가장 컸다.
증시 전문가들은 자통법 시행령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주말(4일) 주가가 1∼2% 미리 오른 데 대한 반작용으로 증권사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해석했다. 증권사의 진입 문턱이 낮아짐에 따라 경쟁이 치열해져 단기적으로 실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주가를 끌어내린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번 시행령이 증권사 간 경쟁을 유도해 대형 투자은행(IB)이 출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증권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 장기적으로 대형 증권사에 유리할 듯
자통법 시행령은 투자매매, 투자중개 등 6개 금융투자업무를 모두 다루는 종합 금융투자회사(금투사)의 최저 자기자본금을 2000억 원으로 정하는 한편 사업 영역별 최저 자기자본금 기준은 하향 조정(투자자문업만 하는 금투사는 5억 원)했다. 또 증권사가 인수합병(M&A)을 중개하면서 인수하려는 기업에 자기자본으로 대출도 해줄 수 있도록 했다.
내년 2월부터 이 제도가 시행되면 대형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볼 것이라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NH투자증권 허대훈 연구원은 “증권사가 늘어나 주식 중개수수료 인하경쟁이 심화되면 중개수수료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증권사는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반면 자산관리, 자기자본투자 등 수익구조가 다양한 대형 증권사들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허 연구원은 삼성, 미래에셋, 우리투자, 대우증권에 대해 ‘매입 의견’을 유지했다.
또 굿모닝신한증권 성용훈 연구원은 “시행령에 따라 증권사의 영업용 순자본비율(부동산 등 고정자산을 제외한 자기자본÷위험자산)이 300%에서 200%로 완화되면 대형 증권사들은 적극적으로 자기자본 투자를 하기 수월해질 것”이라며 “대형 증권사들은 성장 속도에서 중소형사와의 격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대형 증권사가 유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래에셋증권 손지선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라도 주식거래 수수료 비중이 높은 업체는 타격을 받을 수 있으며 중소형사라도 특화된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대형화 유도하기엔 부족” 지적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통법 시행령이 증권업계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JP모건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시행령이 종합금투사의 자기자본 최저 기준을 당초 예상치인 3000억∼1조 원보다 훨씬 낮은 2000억 원으로 정한 데다 사업영역별 자기자본 기준도 낮춰 대형화를 유도하겠다는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JP모건 측은 “경쟁을 통해 대형 증권사가 탄생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뿐 아니라 증권사들이 당장 대형화를 추진할 이유도 없다”며 “증권사들의 수익성 변동만 커질 뿐 자통법은 증권업계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무한 경쟁 체제가 도입되면 대형화는 피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메리츠증권 심재엽 투자전략팀장은 “금융산업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인력, 설비, 프로그램 등에서 강점을 지닌 증권사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대형화가 필수적이어서 증권사 간 또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간 통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에셋증권의 손 연구원은 “증권주는 경쟁 심화로 단기 조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자통법 시행령으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적은 증권사를 골라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