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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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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물(鑄物)업계와 레미콘업계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납품 단가 인상을 요구하면서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다른 업종의 중소업체들도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계속돼 한계상황에 닥칠 경우 집단행동 대열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동아일보 산업부는 13일 납품 단가 인상을 둘러싼 대기업 및 중소기업 간 갈등과 경제 상황 등에 대해 국책연구소, 민간연구소, 대학의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대기업이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
○ “원자재-납품가격 연동제 도입 필요”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수석연구원은 “현재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은 대기업이 떠안는 게 낫다”며 “대기업은 대체로 수출 중심이어서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의 혜택을 볼 수 있고, 구조조정을 통해 원가 상승의 부담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곽 연구원은 “정부는 중소기업의 신용성을 엄격하게 평가한 후 선별적으로 재정 지원을 해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경제학과 신관호 교수도 “대기업은 중소기업이 납품하는 부품 가격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납품업체가 쓰러지거나 부실한 제품을 납품하면 결국 손해는 대기업에 돌아간다”고 전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에 관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정부가 자꾸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중소기업들이 요구하는 ‘원자재 가격-납품 가격 연동제’ 도입에 대체로 찬성했다.
○ “정부 개입 줄여 中企 경쟁력 키워야”
한 교수는 “중소기업이 다 쓰러지면 대기업도 못 견딘다”며 “정부의 개입은 불공정거래를 막는 수준에서 그치고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임영재 선임연구위원은 “대기업은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과 거래하는 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인지할 것이다”며 “이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중소기업에 악영향을 준다면 고통을 분담하는 게 유리하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체로 정부의 재정 지원이나 원자재 가격-납품 가격 연동제 도입 등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임 연구위원은 “사례마다 다르기 때문에 연동제를 법으로 정하는 것은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며 “정부 지원도 금융 지원은 가능하겠지만 목적을 분명히 하고 용도를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연구위원은 “제품의 경쟁력이 문제인데 이건 정부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라며 “대기업이 견딜 여력이 더 크니까 연동제를 해야 한다는 건 지난 30년간 써 온 ‘중소기업 살리기’의 재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 연구위원은 정부의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에 대해서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며 “구조조정 할 것은 하고 해외로 나가야 할 것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6% 성장은 어렵다”는 의견 일치
전문가들은 대체로 새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6% 달성 가능성을 낮게 봤다. 곽 연구원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은 모두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답했다.
곽 연구원은 성장률 전망 요청에 ‘중립’ 의견을 밝힌 후 “새 정부의 야심 찬 성장계획이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경제는 매우 어렵다”며 “숫자에 치중하기보다 내실을 기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올해 물가는 3∼5% 인상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신 교수는 “한국은행이 얼마나 확고한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전체적으로 3.5% 선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은 “6% 성장률을 맞추려면 물가가 높아지고 경상수지가 악화하는 것을 감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