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솔라밸리로 ‘변신중’

  • 입력 2008년 2월 19일 02시 59분


반도체공장 잇따라 폐쇄… 태양에너지 투자 급증

반도체 산업의 산파 역할을 해 ‘실리콘밸리’라는 별칭을 얻었던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새너제이에서 실리콘(반도체)이 사라지고 있다.

그 대신 태양광 에너지 투자가 급증하면서 실리콘밸리가 ‘솔라(태양)밸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8일 실리콘밸리 지역 온라인 매체인 머큐리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인텔은 최근 실리콘밸리에서 가동 중인 캘리포니아 주 샌타클래라 본사 부근의 반도체 공장(D2)을 올 3분기(7∼9월)에 폐쇄한다고 밝혔다.

9290m² 규모인 이 공장은 실리콘밸리에 남은 마지막 대형 반도체 공장으로, 1988년 세워져 20년간 운영됐으나 미국 오리건, 애리조나, 뉴멕시코 등의 공장에 비해 운영비용이 많이 들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이와 함께 최근 실리콘밸리 지역에는 태양광 에너지 기업이 늘어나고, 투자도 급증하는 추세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17일 “실리콘밸리는 반도체 산업의 ‘무어의 법칙’(인텔 창업자 고든 무어의 이름을 딴 것으로 반도체의 빠른 발전을 예견)이 태양광 산업에서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리콘밸리가 ‘솔라밸리’로 변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 같은 추세는 반도체 기술이 태양전지를 개발하는 데 유용하다는 점 때문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스탠퍼드대 폴 세이포 교수는 “태양광 전지는 특화된 대형 반도체와 비슷하기 때문에 반도체 기술이 태양광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텔, 구글 등 정보기술(IT) 업계의 글로벌 기업과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창업자인 비노드 코슬라 씨 등이 솔라밸리 조성의 지원자로 나서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전문 리서치 업체인 그린테크미디어에 따르면 미국 내 벤처캐피털의 태양광 분야 투자액은 2005년 1억5000만 달러에서 2006년 3억6000만 달러로 늘어났으며 지난해 10억 달러에 달하는 등 급증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삼성SDI, LG화학 등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 기업들이 태양광 에너지 산업을 차세대 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또 LG필립스LCD, 하이닉스 등도 이 분야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추진 중인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의 이조원 단장은 “반도체 산업은 회로를 미세화하는 기술이 정체되면서 큰 위기를 맞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기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태양전지 분야가 반도체 기업들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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