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銀 “中企 가업승계 토털 서비스”

  • 입력 2008년 2월 14일 02시 58분


후계자 교육-M&A 매입 매도자 연결-직접 지분투자

CEO들 고령화로 승계문제 본격 대두

평균 연령 51.3세… 60세이상 1만1709곳

“아들에게 가업(家業)으로 회사를 물려주려면 상속세 수십억 원을 내야 했습니다. 회사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었죠. 가업을 물려주는 걸 포기할까 고민도 했습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주방용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심재중(68) 사장은 30년 전 200평 규모의 공장에서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연간 매출 100억 원 규모로 회사를 키웠다.

은퇴할 때가 머지않았다는 생각에 지난해 상속 절차를 알아보던 심 사장은 막대한 상속세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그는 지난해 12월 기업은행의 ‘승계 컨설팅 센터’ 문을 두드렸고 이 센터 도움을 받아 세금을 30%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안 뒤 상속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고객 중소기업들을 위해 ‘가업 승계 토털 케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상속 절차 등을 컨설팅해 줄 뿐 아니라 후계자 양성도 도와준다.

○ 중기 최고경영자 평균 나이 51.3세

기업은행이 가업 승계에 관심을 돌린 것은 창업주가 은퇴를 앞둔 중소기업 중 많은 곳이 이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김기현 기업은행 IB본부장은 “은퇴를 앞둔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은 자녀 등에게 가업을 물려줄 뜻이 있어도 과다한 상속세 등으로 고민한다”며 “후계자를 구하지 못한 3곳도 일부만 매각에 성공하고 상당수가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창업세대가 고령화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나이는 1993년 48.2세에서 2006년 51.3세로 높아졌다.

기은경제연구소의 조사에서도 기업은행 거래 기업 중 대표자가 60세 이상인 곳은 2002년 6465곳에서 2007년 1만1709곳으로 늘었다.

○ 가업 승계 위한 전문 과정 개설

이 은행은 2005년부터 가업승계컨설팅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가업을 물려받을 후계자에게 실무 경험을 쌓도록 하는 것. 또 중소기업 후계자들의 모임인 ‘에버비즈 클럽’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에버비즈 클럽에는 350여 명이 가입해 있으며 연간 5번 모여 ‘CEO의 인간관계’ 등을 주제로 워크숍을 연다.

이 클럽 회원인 유제욱 LM디지털주식회사 대표이사는 “비슷한 상황에 처한 차세대 경영자끼리 모이기 때문에 아버지와의 경영 스타일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업무 경험담 등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교육 과정도 마련했다. 기업은행은 건국대와 함께 올해 봄 학기부터 가업 승계를 준비하는 중소기업 후계자들을 위한 ‘차세대 CEO 과정’을 운영한다. 수업은 ‘가족기업의 승계전략’ ‘중소기업의 서비스 경영’ 등을 주제로 일주일에 2번, 한 번에 4시간씩 3개월 동안 진행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후계자 본인들도 관심이 많지만 창업주들이 나서서 사업을 물려받을 후계자들을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 직접 투자해 경영도 돕는다

중소기업 가업 승계 시 상속세를 감면하자는 연구 및 건의를 주도한 곳도 기업은행이다.

기업이 주식을 팔아 상속세를 낼 경우 경영권이 위태로워진다. 기업은행은 은행법이 허용하는 한도인 15% 내에서 대출을 지분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추가자금 부담 없이 경영권을 안정시키고, 은행은 투자 수익을 올려 양자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판단이다. 기업은행은 “2011년까지 2000개의 중소기업에 총 3조 원을 투자해 원활한 가업 승계와 기업의 성장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승계 대신 매각을 선택한 중소기업인들을 위해 M&A를 위한 전담팀을 만들어 ‘기업매매 거래소’를 운영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중소기업 M&A는 시중은행의 투자은행(IB) 부서와 중소 벤처기업 전문 컨설팅업체에서 알선하고 있지만 수수료가 높고 네트워크가 부족해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 은행의 고객 중소기업은 약 16만 개. 이들 기업에 대한 오랜 거래를 통해 ‘잠재’ 매입자와 매도자를 파악하고 있어 이들을 쉽게 연결해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평소 거래해 오던 은행이 실사를 하기 때문에 비밀 유지가 쉽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금융 중에서 취약한 부분이었던 M&A와 승계 분야를 포괄해 중소기업 전반에 걸친 서비스가 이뤄지면 중소기업에 의미 있는 지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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