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가… 사이클 선수… 퍼즐 챔피언… “구글은 ‘엉뚱맨’ 집합소”

  • 입력 2008년 2월 12일 02시 57분


“다양한 경험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독특한 채용 문화, 성공 신화 밑거름

#딜런 케이시(38) 씨

그는 한때 잘나가는 사이클 선수였다. 사이클 황제 랜스 암스트롱과 한 팀(미국우정공사)에서 활약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미국 대표로 출전했다. 2002년 은퇴 후 그는 ‘뜬금없이’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에 입사했다. 지금 그는 오랜 선수 경험에서 얻은 끈기와 도전정신, 스포츠 분야의 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스포츠 및 이벤트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낯선 IT 업계로 갈 땐 선수 시절 동료들이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지금은 암스트롱마저 부러워할 정도”라며 그는 웃었다.

#앤드루 맥스웰(36) 씨

그의 원래 꿈은 디스크자키(DJ)나 시인이 되는 것이었다. 9개 국어를 하고 시사평론가, 문학저널 편집장, 투우 프로모터 등을 지낸 그의 이력은 인터넷 기업엔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구글에서 기계가 텍스트 요약과 분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해 로봇에게 읽기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예전의 구글에 외발자전거를 타는 기술자만 있었다면 요즘은 다양한 이력의 사람들이 모여 있다”며 “하나의 문화센터가 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직장’에 2년 연속 1위에 오른 구글. 고액 연봉과 우수한 복지, 높은 회사 지명도만이 인기의 비결은 아니다. 포천은 “구글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이 된 데는 창조적이고 독특한 인재를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있어서”라며 ‘구글을 구글답게 만드는 매혹적인 구글러(구글 직원) 10명’을 소개했다.

○ 다양한 경험을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퍼즐 챔피언에서 운동선수, 의사, 에베레스트 산악인까지 첨단 정보기술(IT) 기업에 어울리지 않는 직원이 많다. 구글은 이들의 다양한 경험을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활용해 다채로운 일터로 만들고 있다.

구글이 2006년 설립한 자선단체 ‘구글닷오아르지(google.org)’의 래리 브릴리언트(63) 이사는 내과 의사이자 공중보건 전문가. 인도에서 천연두 근절 활동을 하고 자선단체를 설립해 200만 명의 시력을 찾아준 적도 있다.

히말라야 산기슭 힌두교 사원에서 수련을 하고 실리콘밸리에서 기업가로도 활동한 그는 대체에너지 개발이나, 연료절약형 자동차 상용화 등 영리까지 함께 추구하는 ‘구글식’ 자선사업에 딱 들어맞았다. 그는 “구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지구온난화 등 지구촌의 과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황웨이화(黃위華·32) 씨는 네 차례나 세계퍼즐챔피언십을 석권한 퍼즐 천재. 그는 대학 방문 기업설명회에서 난해한 퍼즐로 우수 인재들의 관심을 끄는가 하면 영화 개봉 전 퍼즐 행사를 마련하는 등 각종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도라 슈(42) 씨는 동료들에게서 ‘탐험가’라고 불린다. 1년의 3분의 2를 해외에서 지내며 구글의 해외 확장사업에 골몰한다. 남는 시간에는 에베레스트 등정에 도전하는 등 타고난 여행가다.

이 밖에도 엔지니어링 디렉터 마커스 미첼(40) 씨는 IT 업계에 흑인이 드문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시간 날 때마다 흑인 학생들을 위한 컴퓨터 교육에 몰두하고 있다. 마케팅 매니저 샬루인 풀러브(30) 씨는 대학 시절 장거리 육상선수로 활약한 경험을 살려 직원들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 검색엔진을 넘어 무궁한 사업 확장

구글은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을 인수하면서 우수 인력도 함께 흡수해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앤디 루빈(43) 기술이사가 창업한 스마트폰 벤처기업 안드로이드사는 2005년 구글에 인수됐다. 이후 루빈 이사는 개방형 휴대전화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개발을 이끌며 구글의 휴대전화 시장 진출을 주도하고 있다.

조 클라우스(36)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디렉터가 세운 소프트웨어 개발회사 ‘잣스포트’는 2006년 구글에 인수됐다. 클라우스 디렉터는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의 표준 규격인 ‘오픈소셜’을 발표해 페이스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물론 사내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크리스토프 비시글리아(27) 시니어 엔지니어는 2006년 9월 경영진과의 회의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개념을 최초로 제안했다. 그의 개념은 IT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엄청난 구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테이스 설리번 인력담당 부사장은 “엉뚱하면서도 창조적인 생각을 갖춘 구글러들이 구글 발전의 원천”이라며 지금도 수의사, 지역전문가, 전략협상가, 환경전문가 등 다양한 이력의 직원들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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