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고급화 발목 잡는 ‘특소세 전봇대’

  • 입력 2008년 2월 6일 02시 58분


국산 年징수액 1000만원도 안돼… 세수기능 사실상 상실

국내업계 고가제품 개발 꺼려… 수입업체들에 시장 내줘

“특별소비세 때문에 국내 고급 가구는 이미 다 죽었습니다.”

이른바 ‘고급 가구’에 부과되는 특별소비세가 국산 가구의 고급화 전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천만 원대의 일부 수입 가구업체는 편법으로 특소세 규정을 상당히 피해 가고 있지만 국내 가구업체는 유명무실한 특소세 규정 때문에 고가(高價) 제품 개발을 아예 포기하고 있다.

특소세법 시행령 제4조는 1조(세트)당 800만 원 또는 개당 500만 원 이상 가구를 고급 가구로 규정해 이에 해당할 경우 20%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가구업계가 국세통계연보를 인용해 작성한 건의문에 따르면 2005년 국산 고급 가구에 대한 특소세 징수액은 연간 총 600만 원에 그쳤다.

관련 징수액은 2001년 4300만 원에서 △2002년 1200만 원 △2003년 1000만 원 △2004년 400만 원으로 꾸준히 줄어들었다.

이는 국산 가구가 저가(低價) 제품 위주로 생산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국산 고급 가구에 대한 특소세는 사실상 세수(稅收)로서 기능을 상실했다는 점을 보여 주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특소세 규정 때문에 국내 고급 가구 시장을 수입 가구업체에 내주는 데다 국내 가구의 고급화를 통한 수출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점이다.

반면 일부 수입 가구업체들은 ‘세트당 800만 원 이상, 개당 500만 원 이상’ 규정을 피해 식탁과 의자를 따로 수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특소세를 피해 나가고 있다고 국내 가구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가구 수입액은 2006년 13억1500만 달러(약 1조2200억 원)나 됐다. 하지만 같은 해 수입 가구와 국산 가구를 합쳐 부과된 특소세는 모두 6억 원에 그쳐 국내에 들어온 외국 가구 중 상당수는 관련 법령의 허점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구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구는 물류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고가가 아니면 수출 자체가 어렵고 내수 시장도 뒷받침돼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특소세 때문에 아예 고가 제품을 만들려고 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때 고급 가구 시장에 진출했던 일부 국내 업체는 수입 가구에 밀려 중저가 시장에만 주력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가구공업협동조합 최창환 회장은 “특소세 때문에 국내 고급 가구 쪽은 몇 년 전에 다 죽었다”고 말했다.

국내 가구업계는 조만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고급 가구에 대한 특소세 실태와 개선대책을 담은 건의문을 제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 당국자는 “국내 가구업계의 애로 사항을 적극적으로 듣고 개선할 부분이 있으면 개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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