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est]기아차 ‘모하비’ 시승기

  • 입력 2008년 1월 29일 02시 59분


나무랄 데 없이 완벽하다

부족한 ‘브랜드’만 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프리미엄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하비(사진)를 내놓은 기아자동차 관계자의 말이다.

그 말을 확인하기 위해 모하비의 시동을 걸었다. 6기통 3L급 터보디젤엔진은 거친 숨을 토해 냈다.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기온 때문이다.

5분 정도 천천히 주행을 하자 숨소리가 얌전해졌다. 중형 승용차에 뒤지지 않는 정숙성이다. 현대·기아자동차가 탄생시킨 3L 디젤엔진은 여러 차례 경험해 본 결과 힘과 정숙성, 연료소비효율 모두 수준급이다.

엔진 냉각수의 온도가 정상에 오르자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기존 국산 SUV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강력한 가속감이 등을 떠밀었다. 독일 ZF사의 6단 자동변속기와의 궁합도 괜찮은 듯했다.

가속력 측정기기에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9초 만에 도달한 것으로 나왔다. BMW X5 3.0디젤과 맞먹는 가속력이다. 그대로 이어진 최고 속도 테스트에서 시속 180km까지는 부드럽게 올라갔다. 속도제한 장치는 시속 195km에서 작동했다.

3L급 디젤엔진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출력인 250마력, 55kg·m에 이르는 토크 덕분에 공차 중량 2160kg의 거대한 덩치는 가뿐하게 움직였다.

오프로드(험로)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눈 쌓인 오프로드 체험장에서 바닥이 닿아 올라가지 못하는 요철을 제외하고는 모든 테스트 코스를 어렵지 않게 주파했다. 일반 도로와 오프로드 모두 승차감이 편안한 것도 장점이었다. 핸들링은 기존 SUV보다 나아지기는 했지만 조금만 더 단단하게 조여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붉은 기본 조명의 인테리어와 깔끔한 스위치 및 버튼의 배치는 고급스러웠는데 아우디의 분위기와도 흡사했다. 아우디 수석디자이너 출신인 피터 슈라이어 기아차 부사장의 손길이 닿은 탓이다.

이 밖에 룸미러에 후방 상황을 보여 주는 디스플레이와 전조등 워셔, 방향지시등이 3회만 점등되는 기능 등 수입차에만 적용됐던 고급 편의 장치가 대부분 들어 있다.

기아차 관계자의 말처럼 모하비가 성능과 품질 면에서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만한 수준에 오른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기아차 고유의 엠블럼 없이 출처 불명의 동그란 모양의 장식이 차 앞에 붙어 있는 모습은 안타까웠다.

모하비의 부족한 부분은 차 자체가 아니라 ‘브랜드’였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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