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公, 美메릴린치에 첫 지분 투자

  • 입력 2008년 1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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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 외환으로 운영되는 한국투자공사(KIC)가 세계적인 투자은행 중 하나인 미국의 메릴린치에 20억 달러(약 1조8800억 원)의 지분 투자를 한다. KIC가 투자한 회사의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전략적 투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IC는 15일 재정경제부의 외국환평형기금에서 자금을 위탁받아 연간 9% 배당을 받는 메릴린치 우선주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우선주가 2년 9개월 뒤 보통주로 바뀜에 따라 KIC는 메릴린치 지분 3%를 확보하게 된다. 이때부터 배당 규모는 실적에 따라 달라지고 주가 등락으로 이익이나 손실을 보게 된다.

보통주 전환 후 KIC는 세계적 투자회사인 테마섹(9.6%),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9.1%), 얼라이언스번스타인(7.2%), 바클레이스 글로벌 인베스터(4.5%)에 이어 메릴린치의 5대 주주 자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투자 이유에 대해 KIC는 “메릴린치가 최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로 주가가 떨어졌지만 모기지 부문을 제외한 다른 분야의 영업기반이 튼튼해 빠른 시일 내에 종전의 수익력을 회복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이번 투자를 위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 출자가 가능하도록 KIC와의 투자 약정을 개정했다. 이는 최근 중국과 중동지역 국부펀드들이 미국 월가의 투자은행 주식을 잇달아 사들이며 국제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자극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제윤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미국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에 투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전략적 투자의 폭을 더 넓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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