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의 정신 담긴 곳인데…” 삼성, 승지원 압수수색에 충격

  • 입력 2008년 1월 15일 03시 04분


출근하는 조준웅 특검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가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출근하는 조준웅 특검 삼성 비자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가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그룹은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14일 주요 임직원 자택이나 집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자 크게 당혹해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압수수색 대상에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까지 포함된 데 대해 “회장 집무실이 압수수색당한 것은 그룹 70년 역사상 처음”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소재한 승지원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살던 집으로 1987년 이 창업주가 타계한 후 이건희 회장이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사용해 왔다.

평소 이 회장은 “계열사 사장들의 자율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에는 거의 출근하지 않고 승지원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그런 만큼 삼성그룹 안에서 승지원은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자 창업주의 혼과 삼성의 정신이 담겨 있는 ‘심장부’로 통한다.

삼성 전략기획실의 한 임원은 “태평로 본관이나 삼성물산 등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승지원은 생각도 못했다”며 “그룹 경영과 관련해 어떤 내용이 특검에 넘어갔는지 몰라 곤혹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특검이 승지원을 압수수색한 만큼 앞으로 이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을 압수수색하거나 이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특검에 소환되면 이 회장 개인은 물론 그룹의 대내외 신인도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삼성 측은 우려하고 있다.

이 회장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수사 때 유일하게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이 회장 소환 조사가 그룹에 미치는 충격파는 당시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편 이날 자택을 압수수색당한 삼성 임직원은 대부분 ‘재무통’으로 이른바 삼성의 ‘비자금 조성’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의 진위를 깊숙이 알 수 있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그룹 전략기획실장인 이학수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이지만 이 회장의 ‘오른팔’로 통하며 그룹의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장인 김인주 사장은 그룹의 재무 전반을 관할하고 있다. 최광해 부사장과 전용배 상무 등 나머지 임직원 4명도 재무 관련 실무를 맡고 있다.

한편 특검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삼성그룹은 물론 재계에서는 “제기된 의혹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하지만 삼성의 기업 가치와 글로벌경영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속한 수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