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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월 15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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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소재한 승지원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가 살던 집으로 1987년 이 창업주가 타계한 후 이건희 회장이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사용해 왔다.
평소 이 회장은 “계열사 사장들의 자율경영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 본관에는 거의 출근하지 않고 승지원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그런 만큼 삼성그룹 안에서 승지원은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자 창업주의 혼과 삼성의 정신이 담겨 있는 ‘심장부’로 통한다.
삼성 전략기획실의 한 임원은 “태평로 본관이나 삼성물산 등 계열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승지원은 생각도 못했다”며 “그룹 경영과 관련해 어떤 내용이 특검에 넘어갔는지 몰라 곤혹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특검이 승지원을 압수수색한 만큼 앞으로 이 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을 압수수색하거나 이 회장을 소환해 조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특검에 소환되면 이 회장 개인은 물론 그룹의 대내외 신인도에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삼성 측은 우려하고 있다.
이 회장은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수사 때 유일하게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삼성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이 회장 소환 조사가 그룹에 미치는 충격파는 당시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편 이날 자택을 압수수색당한 삼성 임직원은 대부분 ‘재무통’으로 이른바 삼성의 ‘비자금 조성’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제기된 각종 의혹의 진위를 깊숙이 알 수 있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그룹 전략기획실장인 이학수 부회장은 전문경영인이지만 이 회장의 ‘오른팔’로 통하며 그룹의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전략기획실 전략지원팀장인 김인주 사장은 그룹의 재무 전반을 관할하고 있다. 최광해 부사장과 전용배 상무 등 나머지 임직원 4명도 재무 관련 실무를 맡고 있다.
한편 특검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삼성그룹은 물론 재계에서는 “제기된 의혹에 대한 수사는 불가피하지만 삼성의 기업 가치와 글로벌경영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신속한 수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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