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 입사선호 기업 2부]<34>현대제철…“철은 쌀”

  • 입력 2007년 12월 29일 03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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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에 철은 쌀”… 일관제철소 꿈나무가 쑥쑥 큰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요즘 들어 웃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제철이 충남 당진군에 짓고 있는 일관제철소 이야기만 나오면 흐뭇한 미소가 가시지 않는다는 게 그룹 측 고위 임원의 귀띔이다.

실제로 정 회장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일관제철소 담당 주요 임원을 불러 공사 진척 상황을 체크한다. 올해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어느 해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도 틈만 나면 찾은 곳이 바로 당진공장이다. ‘회장님’이 바빠지면 임직원들은 괴로운 법. 그러나 현대제철 임직원들은 ‘회장님의 특별한 관심’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다.

일관제철소 건설 책임자인 김태영 현대제철 부사장(내년 1월 1일 사장 승진 예정)은 “2010년 완공되는 고로(高爐) 1호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다”며 “우리는 미래에 취해 살고 있다”고 말했다.

1‘대한민국에는 현대제철도 있다!’

일관제철소는 현대가(家)의 숙원사업이었다. 자동차, 조선, 건설 등 대한민국 주력 산업을 보유하고 있는 범(汎)현대가에 ‘철’은 그야말로 ‘쌀’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관제철소는 고철을 재활용하는 전기로와 달리 순도 높은 쇳물을 만들 수 있어 자동차강판 등 최고급 철강 제품을 만드는 데 적격이다.

현대차그룹은 최상 공정인 제철산업에서부터 최하 공정인 완성차 사업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사업의 완결구조를 갖추는 것이 목표다. 자동차 부문과 제철 부문의 유기적 협력으로 신차 개발에 필수적인 신 강종(鋼種)을 제때 공급받겠다는 포석이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진출은 그동안 포스코가 사실상 독점해 온 국내 제철시장이 경쟁체제에 돌입했다는 의미도 있다.

2. 2010년 포스코 조강생산량 3분의 2까지 근접

현대제철은 2010년과 2011년에 각각 고로 1, 2호기를 가동한 뒤 2015년 3호기를 추가로 갖춰 각 고로에서 연 400만 t씩 모두 1200만 t의 쇳물을 생산할 계획이다. 기존 전기로에서 생산하는 쇳물 1000만 t을 포함하면 2200만 t으로 포스코 조강생산량(3200만 t)의 3분의 2에 이른다. 이 가운데 우선 150만 t을 조선용 후판으로, 200만 t을 자동차용 강판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중간소재로 팔거나 수출할 계획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산업은 열연코일, 슬래브 등 중간재를 만드는 쇳물이 부족해 올 한 해에만 1400만 t의 중간재를 수입했고 2010년이면 2000만 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로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제철은 일관제철소 진출 이전에도 현대차그룹의 23개 계열사 가운데 독자적 생존력을 가진 알짜 회사로 손꼽혀 왔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 대부분이 자동차산업을 보조하는 ‘조연’에 머물고 있지만 현대제철은 자동차산업과 무관한 건자재를 주로 생산해 왔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현재 미국의 뉴코어사(社)에 이은 세계 2위(조강 생산량 기준)의 전기로 업체다.

경쟁 전기로 업체들이 만드는 강종이 보통 1, 2개인 데 비해 현대제철의 제품군은 20여 개에 이른다. 고철을 녹여 다양한 강종을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조업 기술 수준이 높다는 의미다.

김영곤 경영관리부문장(부사장)은 “같은 H형강이더라도 고층 건축용 기둥재로 사용되는 극후(極厚)고강도 H형강, 내진(耐震)용 H형강, 환경오염을 줄인 무도장내후성 H형강 등 제품이 다양하고 시장지배력도 독보적”이라며 “이것이 해마다 10∼12%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리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김경중 애널리스트는 “전기로업체로서 이미 자생력을 가진 데다 일관제철소까지 갖추면 연매출이 7조 원에서 10조 원 이상으로 급증한다”며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3. 경험은 빌리고 기술은 키운다

현대제철의 앞날에 대해서는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지만 걱정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공장 건설과 설비 도입 못지않게 운영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철강산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현대제철이 최고급 철강제품인 자동차강판을 생산하기까지 적잖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철강업계에서는 신생 업체가 고로사업에 뛰어들어 자동차강판을 만들기까지는 20년 이상 걸린다는 얘기가 있다. 이미 선(先)투자를 통해 경험을 축적한 중국 제철회사와의 경쟁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현대제철은 ‘부족한 경험을 과감히 사 오는 전략’을 선택했다.

세계적 고로 기술을 보유한 티센크루프 스틸과 ‘제철 조업기술 협력계약’을 하고 필요한 기술을 전수받기로 한 것이다. 내년부터 해마다 250여 명의 현대제철 기술진이 독일 현지에서 연수를 하고 티센크루프 스틸은 현대제철이 고로 시운전에 들어가는 2009년부터 40명의 기술자를 한국에 상주하도록 했다. 숙련의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겠다는 의도다.

이와 함께 자체 기술 확보를 위해 올해 3월 ‘현대제철 기술연구소’도 문을 열었다. 고로 가동 3년 전부터 쇳물업체(현대제철)와 냉연업체(현대하이스코), 수요업체(현대·기아차)의 석·박사급 고급인력 200여 명을 한데 모아 선행 연구를 시작한 것이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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