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동빈 기자의 카라이프]트렁크 속 스노체인 달아는 보셨나요

  • 입력 2007년 11월 13일 02시 59분


코멘트
‘스노체인 확인해 보셨습니까.’

스키에 푹 빠져 살았던 1995년 1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오전 4시에 일어나 ‘스쿠프’를 몰고 전북 무주군의 무주리조트를 향하고 있는데 고속도로를 벗어나 국도에 접어들자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적설량이 늘어가더군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설이었는데 20분 만에 도로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 버렸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 스노체인을 챙겨 오길 잘했지.’

트렁크 안에 넣어둔 스노체인을 생각하며, 기상 악화에 대비해 준비를 철저히 한 자신이 대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스노체인을 꺼내 설치하려고 했지만 고리 부위 길이가 짧아 아무리 해도 연결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영하 5도 이하의 추운 날씨에 30분간 스노체인과 씨름을 하다 보니 손은 동상이 걸린 듯 감각이 없고 옷도 엉망이 됐죠.

자동차용품점에서 스쿠프용으로 구입했는데 아무래도 체인이 작은 사이즈인 것 같았습니다. 미리 장착해 보지 않은 것이 실수였죠.

고립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기다시피 고갯길을 넘어서 작은 마을에 이르자 카센터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느낌이랄까요.

이른 시간이지만 염치 불고하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주택이 딸린 카센터여서 다행히 주인이 있었고, 사이즈가 맞는 스노체인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노체인의 ‘악몽’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시속 50km까지 속도를 높여 완만한 커브길을 돌아 나가다 어이없이 미끄러져 두 바퀴를 돌고 멈춰 섰습니다. 마침 마주 오는 차가 없어 다행이었습니다. 스노체인을 과신한 탓이지요.

가느다란 와이어로 연결된 스노체인의 내구력도 형편없어서 스키장에서 새것을 다시 구입해야 했습니다.

스노체인은 구입한 뒤 미리 한 번 장착해 보는 것이 좋고,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신뢰성이 있는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눈이 내리기 전에 스노체인을 꺼내 이상이 없는지 살펴보고 한 번쯤 붙였다 뗐다 하는 연습을 해 두는 것이 어떨까요.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