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벤틀리 CEO가 말하는 ‘럭셔리 車브랜드의 조건’

  • 입력 2007년 10월 30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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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사장 “이탈리아만의 감성이 핵심”

“초고성능 스포츠카의 핵심은 감성입니다.”

슈테판 빙켈만 람보르기니 사장은 2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람보르기니 코리아 본사에서 열린 본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스포츠카는 기본적으로 이동수단이기는 하지만 고객의 감성을 충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빙켈만 사장은 다른 스포츠카와 구별되는 람보르기니만의 유전자(DNA)에 대해 “(성능이나 디자인을 위해) 타협하지 않고, 최고를 지향하며, 이탈리안 스타일이라는 3가지로 요약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탈리아산(産)’이라는 것은 장인정신과 함께 모두가 열광하는 뜨거운 디자인과 성능을 의미한다”며 “마지막으로 스포츠카를 생산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이탈리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각진 에지(edge)형 디자인을 고집하고, 지축을 흔드는 듯한 우렁찬 배기음과 4륜 구동 등을 람보르기니의 특징으로 꼽았다.

하지만 그는 폴크스바겐-아우디그룹과 합병이 된 이후 “글로벌 정신이 강조되면서 이탈리아만의 감성은 약간 줄어들 것은 사실”이라며 “대신 이탈리아와 독일의 장점이 합쳐져 훨씬 상품성이 높아져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간 판매량이 250대에 불과하던 람보르기니는 1998년 폴크스바겐그룹에 인수된 후 판매가 늘어나 현재는 연간 2400대를 팔고 있다.

빙켈만 사장은 “엔진과 머플러를 비롯해 차체 등 거의 모든 부분을 자동화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기술력이 뛰어난 장인들이 조립하고 있다”며 “한국 자동차회사가 유명한 스포츠카를 만들고 싶다면 장인정신과 함께 차근차근 스포츠카의 역사를 쌓아 나가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벤틀리 부사장 “장인정신-역사 뒷받침돼야”

“벤틀리는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이 가능한 브랜드입니다.”

25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만난 스튜어트 매컬러프 벤틀리 부사장은 벤틀리가 추구하는 ‘럭셔리’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매컬러프 부사장은 “수공 생산되는 ‘아나지’ 모델은 안전과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고객이 원하는 대로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며 “세세한 부분까지 합치면 20억 가지 이상의 조합으로 차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벤틀리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편이지만 롤스로이스, 마이바흐와 함께 세계 3대 명차(名車) 브랜드로, 1919년 영국에서 설립된 전통 깊은 자동차회사다. 1931년 롤스로이스에 합병됐다가 1998년 폴크스바겐-아우디그룹에 인수됐다.

매컬러프 부사장은 “벤틀리는 다른 명차와 달리 마니아층이 두껍다”며 “항공기 1등석 못지않게 편안한 최고급 자동차이면서도 운전하는 맛이 뛰어난 것이 인기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벤틀리는 엄청난 출력과 속도를 자랑하지만 운전자는 굉장한 성능을 느끼면서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랜 역사를 유지하면서 많은 벤틀리 팬을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은 차에 대한 장인정신에 있다”며 “실내 장식 목재를 다듬는 우드숍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3대째 벤틀리에서 근무하면서 아내도 벤틀리에서 만났을 정도”라고 소개했다.

한국 자동차업계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고급화 전략에 대해 그는 “기술은 가져오기 쉽지만 럭셔리의 바탕이 되는 장인정신과 역사는 모방할 수 없다”며 “럭셔리 전략을 조급하게 추진하지 말고 고집을 가지고 전통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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