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우리銀 ‘이름 논란’ 올해도 넘기나

  • 입력 2007년 10월 9일 03시 04분


《우리은행은 9일부터 한 달 동안 ‘은행명 수호를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습니다. 모든 지점에 결의문과 서명 책자를 비치하고 고객과 직원, 직원 가족 등의 서명을 받는다고 합니다. ‘우리은행은 우리 국민이 지어 주신 자랑스러운 한국 금융의 자존심입니다’라는 포스터도 각 지점에 붙이기로 했습니다. 우리은행이 총력전을 펼치는 것은 최근 특허법원에서 ‘우리은행은 상표로서 식별력이 미약하다’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신한 국민은행 등 8개 시중은행은 2005년 4월 우리은행 상표등록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그해 특허심판원에서 기각됐지만 이번엔 특허법원이 8개 은행의 손을 들어 준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지난달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사태는 장기화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은행 이름을 둘러싼 논란은 5년 전부터 시작된 해묵은 논쟁입니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출범한 한빛은행이 2002년 우리은행으로 개명할 때 감독당국은 그동안 허락하지 않던 ‘우리은행’이라는 이름을 허용했습니다.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인 만큼 하루빨리 정상화하라는 의도도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다른 은행들은 “그럼 우리 직원들은 자신의 은행을 부를 때 뭐라고 해야 하느냐”며 반발했지요. 지금도 다른 은행들은 ‘우리은행’을 지칭할 때 ‘걱정(worry)’이라는 의미를 담아 ‘워리뱅크’ 또는 ‘워리은행’이라고 비꼬아 부릅니다.

우리은행 측은 상표가치가 5000억∼2조 원으로 추산되는 은행명을 두고 시비를 거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은 “이번 소송은 상호 소송이 아닌 상표 소송이어서 소송에서 지더라도 우리은행명을 계속 사용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며 “다른 은행들이 무익한 소송을 벌인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다른 은행들은 “우리은행이 이름을 바꿀 때까지 계속 법적인 절차를 밟겠다”며 맞서고 있지요.

금융권에서는 양측의 대립이 이미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 상태라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은행들이 승자 없는 소모전을 지루하게 계속하기보다는 조금씩 양보해 고객의 혼란과 불편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조속히 결론을 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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