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건 스피드” 기업들의 결재시간 단축 노력

  • 입력 2007년 9월 14일 02시 59분


코멘트



‘9.7시간.’

현대카드 및 현대캐피탈이 올 상반기(1∼6월) 결재 처리한 8500여 건의 문서가 최초 제출에서 최종 결재까지 걸린 평균 시간이다. 이는 2004년 9∼12월(20.8시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 수치다.

사실상 한 회사처럼 운영되는 두 회사는 이렇듯 1년에 2차례 최종 결재까지 걸린 시간인 ‘리드타임(Lead Time)’ 성적을 부서별로 공개해 신속 결재 경쟁을 유도한다.

최근 기업들은 ‘속도의 경제’가 지배하는 시장에서 결재에 걸리는 시간이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판단에 따라 결재 시간 단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자결재는 기본이고 10시간 내 결재, 모바일 결재, 즉석 결재 등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신속한 의사결정이 핵심 경쟁력”

2003년 취임한 정태영 현대카드 및 현대캐피탈 사장은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가 핵심 경쟁력”이라며 결재 시간 단축을 지시했다. 모든 결재를 전자결재로 바꿨고 담당자가 자리에 없을 경우 직속 상급자나 하급자에게 결재 권한을 위임하도록 했다.

그 결과 2005년 열린 테니스 스타 마리야 샤라포바와 비너스 윌리엄스의 슈퍼매치 이벤트가 기안 이틀 만에 정 사장의 결재를 받을 정도로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졌다.

현대캐피탈 측은 결재 시간을 더 단축하라는 의도로 지난달 말 임원 52명 전원에게 내부 인트라넷의 메일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음성 답장을 보낼 수 있는 최신형 스마트폰을 지급했다.

삼성그룹은 ‘스피드 경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결재가 가능한 인트라넷 ‘마이싱글’의 최신 버전을 10월 초까지 전 계열사에 도입할 예정이다. 삼성 측은 “3년 전부터 개인휴대정보기기(PDA)를 사용해 모바일 결재를 하거나 외부에서 다른 컴퓨터로 접속해서도 결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새 버전은 웹서비스를 기반으로 손쉽게 다른 시스템과 연동해 결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일 결재에서 즉석 결재까지

기업들의 결재 시간 단축 노력은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모든 결재 라인을 4단계 이내로 단축했으며 일반 문서는 하루 안에 결재한다는 원칙을 세워 시행하고 있다. 보수적이고 의사 결정이 느리기로 유명한 은행권은 이를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당일 결재를 넘어 즉석 결재를 시도하는 기업도 있다.

페트병을 만드는 효성의 패키징 PU는 ‘모든 결재는 보는 즉시’라는 원칙을 지킨다. 효성 관계자는 “회의 중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사실상 결재를 즉석에서 하는 셈”이라며 “PU장인 김성원 전무는 휴일, 출장을 막론하고 하루 안에 모든 e메일에 답장을 보내고 결재를 하는 ‘24시간 내 회신’ 방침을 실천한다”고 소개했다.

정보-상품 순환주기 빨라져 기동력 중요

전문가들은 정보, 지식, 상품의 순환 주기가 빨라진 것이 기업들의 결재 시간 줄이기 열풍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경쟁자보다 한발 먼저 기회를 잡지 않으면 영원히 기회를 놓치는 경영 환경에서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신속한 의사 결정이 필수라는 사실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은 “신속한 결재는 정보와 의사 결정의 속도를 빨리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며 “지금까지 결재 단계를 줄이려는 노력이 대세였다면 최근에는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결재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