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장 “주가조작 전력자 주식투자 제한 추진”

  • 입력 2007년 8월 21일 03시 03분


코멘트
김용덕(사진) 금융감독위원장이 증시 거래의 투명화를 위해 시세조종 전력자의 주식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

과거 시세조종 사건에는 속칭 ‘슈퍼개미’ 등으로 불리며 주가를 조작했던 작전세력이 다수 연루돼 있는 만큼 이 방안이 확정되면 증시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금감위 및 금융감독원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주식 시세를 조작해 적발됐던 사람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증시에 들어와 불법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그의 이번 지시는 지난해 시세조종으로 적발된 사건 중 과거 적발 경험이 있는 사람이 가담한 사건의 비율이 전체(59건)의 15.1%로 나타나는 등 시세조종 전력자가 불공정 주식거래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올해 4월 다단계 방식의 신종 주가조작으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던 L사 관련 시세조종에도 전력자들이 가담했던 사실이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난 바 있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시세조종 전력자에 대한 투자 제한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미국 영국 등 외국 금융감독기구의 불공정거래 관련 규제 실태를 조사한 뒤 국내 실정에 맞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를 조작해 적발됐던 사람의 명단을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증권회사와 공유해 투자 행위를 수시로 감시하거나 △시세조종 전력자의 일정 한도 이상 투자를 당국이 모니터링하는 방안 등이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투자자 개인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증시 투명화를 위한 투자제한 조치가 현행법과 충돌하는 면이 없는지도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또 다음 달부터 시세조종으로 적발된 사람이 3년 내에 다시 시세조종 혐의로 적발되면 제재 수위를 한 단계 높여 가중 처벌하기로 했다. 지금은 시세조종 전력자가 2년 내 적발되면 가중 처벌하고 있다.

이와 함께 증권유관기관에 소속된 사람이 시세조종으로 적발되면 해당 기관에 재취업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도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일각에서 시세조종 전력자의 주식 투자를 아예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서는 “투자행위 자체를 막는 건 법적으로 힘들다”며 난색을 표했다.

한국증권연구원 김형태 부원장은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 때문에 당국이 시세조종 전력자에 대한 규제를 주저해 온 측면이 있는데 전체 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면 불법행위자가 증시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