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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3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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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경영(1993년)’ ‘천재경영(2003년)’ ‘디자인경영(2005년)’ 등 한발 앞서는 경영 마인드로 삼성을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해 왔습니다. 얼핏 보기엔 공허해 보이기까지 한 이 회장의 경영 화두에는 삼성 특유의 경영 방식이 숨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업경영에는 크게 세 가지 방식이 있다고 합니다.
많은 기업이 사용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은 최고경영자가 시간과 방향을 정해 놓고 군대식 규율로 신제품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실패 확률이 작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든 방식이죠.
‘포스트 잇’으로 유명한 3M이 채택한 ‘보텀업(Bottom-up) 방식은 창조경영의 대명사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다만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반면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두 방식의 장점을 접목한 게 삼성이 채택하고 있는 ‘미들 업 앤드 다운(Middle Up and Down)’ 방식입니다.
이 회장이 큰 화두를 던지면 이학수 그룹전략기획실장(부회장)이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미들맨’이 새로운 사업 선정 방향 등 아이디어를 내고, 이 회장이 ‘오케이’ 하면 이를 다시 내려보내 직원들이 구체적인 사업으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 방식에선 ‘톱’과 ‘미들맨’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그동안 삼성의 성공은 미래를 정확하게 내다보고 맥을 짚는 이 회장의 ‘선구안’과 미들맨들의 창의적 역량이 조화를 이룬 결과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결국 삼성의 새로운 도약은 이 회장이 던진 화두를 이번에도 미들맨들이 의미 있는 성과물로 만들어낼 수 있느냐에 상당부분 달려 있는 듯합니다. 또 이 회장이 던진 ‘창조’라는 화두는 삼성 내부뿐 아니라 과거 고도성장 이후 적당히 안주하려는 듯한 우리 사회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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