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사장단 회의서 ‘창조경영’ 역설

  • 입력 2007년 7월 30일 02시 58분


“예전에는 선진(先進)기업이라는 등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망망대해를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합니다.”

이건희(사진) 삼성그룹 회장은 27일 ‘2007 선진제품 비교전시회’가 열린 삼성전자 경기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전시회를 둘러보고 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당부했다고 그룹 측이 29일 밝혔다.

이 회장의 발언은 과거에는 선진기업의 제품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참고할 수 있었지만,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사업은 삼성 스스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 아이템을 창조해야 한다는 주문으로 풀이된다. 창조경영이 미래 전략의 핵심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창조경영으로 미래 변혁 준비해야”

이 회장은 이날 ‘창조경영’을 화두로 다양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룹 경영진과 전시된 제품들을 살펴본 뒤에는 “삼성의 제품 경쟁력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금형, 유저 인터페이스(UI·사용자 중심의 환경), 소프트웨어, 최종 마무리 등에서 뒤지고 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는 또 ‘전자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면서 “2010년 정도 되면 지금 예측하기에는 힘들 정도의 급속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지금부터 디자인, 마케팅, 연구개발(R&D) 등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인 경영으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위기라고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 당장 힘들다는 것이 아니라 4, 5년 후 밀려올 큰 변화에 대비하자는 의미이며 지금부터 잘 준비한다면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지나친 위기론을 경계하는 모습도 보였다.

○ 삼성 미래전략 직접 챙긴다

이 회장이 행사에 참석해 창조경영을 당부한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스포츠 외교로 분주했던 올해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에는 그룹 경영 활동에 매진하면서 미래 전략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전자 윤종용 이윤우 이기태 부회장과 임형규 황창규 권오현 최지성 박종우 사장, 삼성SDI 김순택 사장, 삼성전기 강호문 사장, 삼성코닝 이석재 사장, 삼성SDS 김인 사장, 삼성테크윈 신만용 부사장 등 전자 관계사 사장단과 그룹 전략기획실 이학수 실장(부회장), 김인주 사장 등 그룹 핵심 경영진 20여 명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이들 경영진과 함께 비교전시회를 4시간에 걸쳐 참관하며 선진 제품의 경쟁력 수준을 점검하고 여러 제품을 직접 비교·시연했다.

이 전시회는 이 회장이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제품과 기술력 차이를 한눈에 살펴보게 한다’는 차원에서 시작한 행사로 삼성이 첨단 분야에서 세계 일류 제품을 확보하는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전시회는 16∼27일 총 6개관(2150m² 규모·약 650평)에서 ‘초일류를 향한 창조적 혁신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삼성을 비롯해 소니 파나소닉 샤프 GE 노키아 애플 등의 70개 품목, 566개 제품이 비교 전시됐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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