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배치-임금피크제 “앗 뜨거워”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노조가 전환배치에만 동의해도 연간 1조 원을 아낄 수 있다.’(회사 측)

‘전환배치는 정리해고의 시작이다. 회사를 믿을 수 없다.’(노조 측)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 중인 자동차업계 노사가 ‘전환배치’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원화환율 하락(원화가치는 상승) 등으로 경영 여건이 어려워져 공장라인 인력의 탄력적 운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차 노조는 사측의 요구안을 ‘개악안(改惡案)’으로 규정하고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달 초부터 교섭에 들어간 기아차는 부분 파업으로 맞서고 있다.

○ 생산성 높이려면 ‘전환배치’ 문제 해결해야

현대차와 기아차가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임단협 주요 안건으로 ‘전환배치’를 내세운 것은 양사의 경영 여건이 그만큼 절박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전환배치란 일감이 부족한 근로자들을 잘 팔리는 차종을 생산하는 라인에 대체 투입하는 것으로 시장 수요에 맞춰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단체협상 규정상 전환배치는 노조 또는 본인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비인기 차종 라인은 인력이 남아돌지만 수요가 몰리는 차종 라인은 특근과 야근을 해도 일손이 모자라 신규 인력을 뽑을 수밖에 없는 ‘인력 비대칭’이 지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기아차그룹 관계자는 “쌍용자동차 노조가 지난해 하반기 전환배치를 전격 수용한 뒤 공장가동률이 58%에서 74%로 높아지면서 올해 1분기(1∼3월)에 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며 “노조만 협조해 주면 환율 문제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 측은 “노동자 처지에서는 전환배치 후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것이 상당히 불안하다”면서 “이전에도 사측 요구로 전환배치한 경우가 있었지만 회사가 합의사항을 잘 지키지 않아 불만이 누적된 상태”라고 반박했다.

○ 또 다른 뜨거운 감자 ‘임금피크제’

현대차의 경우 ‘임금피크제’도 올해 임단협의 최대 변수 중 하나다.

현대차는 만 55, 56세는 만 54세의 임금 수준으로 고정하고, 만 57세와 58세는 각각 만 54세 임금의 90%와 80%로 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노조 측에 제시했다.

하지만 현대차 울산공장노조 대외협력실 장규호 부장은 “정년을 채우고 난 뒤에도 더 일하고 싶은 직원들에 한해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수는 있지만 사규에 보장돼 있는 정년이 되기도 전에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달라진 모습을 보였던 GM대우자동차 노조도 올해는 임금 인상과 해고자 전원 복직 등을 요구하며 파업 강행 의사를 피력하고 있어 올해 자동차업계의 임단협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현대차 및 기아차 노사가 주장하는 임금 및 단체협상안
노조 요구안회사 제시안 쟁의 상황
현대자동차―기본급 12만8805원 인상
―상여금 700%에서 800% 인상

―당기순이익의 30%를 조합원에게 정액 지급

―정년 연장(58세에서 60세)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한 회사 측 안 나오지 않음
―전환배치, 임금피크제 도입(만 55∼58세), 유급휴일 축소 등 고통 분담안 제시
―12일 상견례 시작
―교섭 일정은 추후 결정
기아자동차―기본급 12만8805원 인상
―생계비 부족분으로 통상급(기본급+일부 수당)의 200% 지급

―분임원 수당 1만2000원 신설
―전환배치 등 상생조건 수용 조건으로 기본급 3만6000원 인상―12일 6차 교섭 결렬. 현재 부분파업 중

자료: 각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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