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타계” 밤을 잊은 패스트푸드 업체들

  • 입력 200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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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밤 서울 종로구 관훈동 맥도날드 매장. 밤 12시가 가까운 시간인데도 많은 고객이 몰려들어 커피 등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훈구 기자
4일 밤 서울 종로구 관훈동 맥도날드 매장. 밤 12시가 가까운 시간인데도 많은 고객이 몰려들어 커피 등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훈구 기자
5일 오전 4시 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맥도날드 매장. 나이트클럽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김효정 이태원점 점장은 “이태원에서는 ‘맥머핀으로 해장한다’는 우스개가 있을 정도”라며 “24시간 영업 덕에 지난해보다 매출이 82%나 늘었다”고 말했다. 맥머핀은 베이컨과 계란프라이, 소시지를 머핀에 끼워 먹는 아침 메뉴다.

같은 날 오전 1시 서울 종로구 롯데리아 매장. 아이스크림으로 해장하기 위해 찾은 대학생부터 학원이 끝난 후 배를 채우기 위해 햄버거를 먹는 고등학생까지 다양하다.

참살이 열풍으로 벼랑 끝에 몰린 패스트푸드 업계가 각종 ‘참살이 메뉴’를 내놓고 ‘24시간 영업 체제’를 구축하는 등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햄버거, 감자튀김, 콜라로 대표되는 패스트푸드는 몰락하더라도 패스트푸드 업계는 생존하겠다는 전략이다.

○ 24시간 편의점과 경쟁하는 햄버거 매장

맥도날드는 2005년 4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 매장에서 처음으로 ‘24시간 영업’을 시작했다. 심야영업에 따른 인건비나 전기료 부담 때문에 수익이 높지 않지만 마냥 손을 놓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는 고육책이다.

예상보다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 나타나자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매장을 중심으로 24시간 영업점을 늘려 120개 매장이 하루 종일 영업을 하고 있다.

롯데리아도 지난해 12월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 현재 서울역점 등 13개 점포에서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다. 밤늦게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과 음료를 먹는 학생이나 술꾼까지 푸드 고객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

롯데리아 이태환 홍보실 과장은 “처음엔 야밤에 햄버거 먹으러 오는 사람이 있을까 싶었는데 요즘은 총매출의 30%를 심야영업으로 번다”고 귀띔했다.

○ 샐러드에 밀려나는 감자튀김

햄버거 매장의 대표 메뉴인 감자튀김은 요즘 샐러드 때문에 퇴출 위기에 놓였다. 세트 메뉴에 감자튀김 대신 샐러드를 넣어 팔면서 생긴 현상. 버거킹은 1인용 컵샐러드(340g)를 선보였고 롯데리아는 ‘새우요거트샐러드 세트’를 팔고 있다.

출근길의 직장인을 위해 여러 가지 아침 메뉴도 선보였다. 롯데리아는 베이컨 치즈 계란을 빵 조각에 끼워 먹는 아침 메뉴를 지난해 11월 서울지역 점포에서 시범적으로 선보인 이후 전국 50개 매장으로 확대했다. 맥도날드도 맥머핀과 커피 등 ‘맥모닝’ 세트를 지난해 11월부터 일부 매장에서만 팔다가 올해 초 전국 매장으로 확대했다. 스타벅스의 고객을 뺏어 오겠다는 전략.

새 건강 메뉴 개발도 활발하다. 롯데리아는 닭고기를 튀기지 않고 불에 구워 조리한 ‘텐더그릴치킨버거’에 이어 100% 한우를 이용해 만든 ‘한우불고기버거’를 선보였다. 닭고기 튀김을 파는 KFC도 튀김옷에 허브 가루와 후추를 뿌려 느끼한 맛을 없앤 허브갈릭 치킨을 내놓았다. 검은콩이나 미숫가루 등 곡물을 갈아 넣은 오곡셰이크나 석류주스도 ‘건강한 먹을거리’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한 노력 끝에 탄생한 메뉴들.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콜라를 못 마시게 하면서 가정용 수요가 크게 떨어진 콜라업계는 업소 매출을 늘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변신 노력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나홍석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쌓여 온 ‘쓰레기 음식(junk food)’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며 “틈새시장 공략이 매출에 도움이 되겠지만 패스트푸드 업계의 이미지를 변화시킬 것인지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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