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노조, 투표 생략한 파업결정에 이의 제기

  • 입력 2007년 6월 13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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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기아, GM대우, 쌍용 등 국내 자동차 4사 노동조합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조합원 찬반투표를 생략한 채 파업을 결정하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13일 금속노조에 따르면 산하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업계 노조 지도부는 이날 열린 금속노조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은 파업은 절차상 문제가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를 내세운 정치파업에 노동자를 동원하기도 쉽지 않다"며 파업 결정에 반발했다.

이에 앞서 금속노조는 8일 중앙위원회를 열어 조합원 찬반투표를 하지 않고 25~29일 한미FTA 저지와 산별 임금교섭 쟁취를 목표로 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현장 노동자, 정치파업에 등 돌려=금속노조의 한 간부는 "현장 노동자들은 정치파업에 알레르기 반응부터 나타낸다"며 "현장에서 한미 FTA 반대에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노동자들이 파업에 적극 동참하겠느냐"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노조의 반발 이유는 찬반투표 생략이라는 절차적 문제보다 노동자 동원의 어려움에 있다는 설명이다.

금속노조 지도부도 한미 FTA 반대 파업의 어려움을 예견했다. 이 때문에 금속노조는 한미 FTA 반대와 함께 산별 임금교섭 쟁취를 내세워 파업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정치파업에 대한 현장의 거부감이 거센 것으로 나타나자 각 사 노조 지도부가 금속노조 중앙지도부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게 됐다.

현장과 중앙 지도부의 견해 차이는 정치파업에 대한 국민 여론 악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 지부) 관계자는 "파업 결정은 상급단체인 금속노조가 하는데 파업을 하면 여론의 뭇매를 우리가 다 맞게 된다"며 피해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곤혹스런 지도부, "파업은 강행"=금속노조는 이날 "파업은 예정대로 한다"고 밝혔다.

대의원 대회에서 결정한 사안을 이제 와서 뒤집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찬반투표를 거쳐야 투쟁 동력을 높일 수 있는데 한미 FTA 반대로는 투표에서 높은 찬성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파업을 철회하기도 어렵고, 강행하려니 투쟁동력을 이끌어내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속노조 내부에서는 "한미 FTA 반대 투쟁은 장기간 계속해야할 사안이므로 이번 파업에서 대단한 성과를 기대할 필요는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현장 노동자의 참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파업은 예정대로 진행할 전망이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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