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선호 업종별 No1]<11>CJ(주)… ‘재현 님’만 있다

  • 입력 2007년 6월 9일 03시 08분


《“진짜 강한 칼은 딱딱하고 잘 드는 칼이 아닙니다. 유연해서 마음껏 휘어지지만 부러지지 않고, 그러면서도 힘을 발휘하는 칼이 21세기에 필요한 진짜 강한 칼입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올해 1월 신입사원들과 나눈 대화 가운데 한 토막이다. 이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CJ㈜가 추구하는 기업 문화와 인재상이 이 말 속에 담겨 있다. 외유내강(外柔內剛). 부드럽지만 도전적이고 경쟁에서 반드시 이기는 조직 문화, 생각과 행동이 유연하면서 책임감이 강한 사람. CJ㈜의 기업 문화와 인재상은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된다.》

■ 자율복장…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게… “부드럽지만 강하다”

[1] 54년 역사지만 조직 문화는 젊은 기업

CJ㈜는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장수(長壽) 기업. 1953년 탄생해 밀가루, 설탕 등 소재 산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전통적인 굴뚝 기업이다.

하지만 굴뚝 기업이 갖고 있는 보수적인 이미지,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어느 기업보다도 ‘젊은 기업’으로 밝고 세련된 이미지가 강하다.

본보 취재팀이 입사 2, 3년차 직원들을 대상으로 ‘입사 전 밖에서 본 CJ의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에서 확인됐다. 대부분이 ‘젊다’ ‘자유분방하다’ ‘창조적이다’ ‘활기차다’라고 답했다. 대학생들이 CJ㈜를 입사 선호 기업으로 꼽은 것도 이런 이미지 때문이다.

이는 CJ가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뒤 1996년 제일제당 그룹으로 출범하면서 ‘유연하고 창의적이며 도전적’인 기업 문화를 표방하면서 비롯됐다.

CJ그룹은 1999년 대기업 최초로 ‘자율 복장제’를 도입해 넥타이와 정장 일색이던 직원들의 복장에 개성을 불어넣었다. 또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플렉시블 타임(Flexible Time) 제도’를 최초로 시행했다.

[2] 수평적 문화…유연함을 만들다

탈(脫)권위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가 정착하는 데에는 무엇보다 2000년 초부터 시작된 수평적 호칭 체계인 ‘님 호칭 제도’가 큰 영향을 줬다고 임직원들은 말한다.

CJ의 모든 임직원은 직위에 따른 존대를 없애고 ‘○○ 님’으로 서로를 부른다. ‘이재현 회장님’ 대신 ‘재현 님’만 있을 뿐이다. 사장, 부장, 과장도 직장 내에서는 모두 ‘○○○ 님’이다.

CJ㈜ 미디어팀의 이원재 과장은 “서로 ‘님’으로 부르면서 직급의 벽이 허물어지고 자유롭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졌다”며 “이를 통해 대기업이면서도 벤처기업과 같은 자율성과 창의성이 심어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식품 제조 기업에서 출발해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유통 등을 아우르는 생활문화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도 이러한 조직 문화 덕분이다.

한 신입사원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수평적이고 젊은 문화가 앞서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계열사인 미디어나 엔터테인먼트 분야 때문에 자유분방하고 창조적 이미지가 부풀려진 면도 있다”며 “우리 회사는 보수적인 문화와 도전적인 문화가 공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사 3년차의 한 사원은 “이런 조직 문화 때문에 기존 구성원과 경력직 등으로 들어온 신규 구성원 간 충돌도 다소 있다”며 “탈권위적인 분위기 때문에 팀워크로 뭉치기보다는 개인주의로 흐르는 경향은 주의해야 할 점”이라고 전했다.

[3] 외유내강…온리 원(only one)을 만든다

이재현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드럽지만 경쟁에서는 분명히 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드럽다는 건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을 자유롭게 하기 위함이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위해서 사업이든 제도든 그때그때 변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CJ의 ‘온리 원(only one)’ 정신도 이런 기업 철학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임직원들은 아무도 뛰어들지 않은 분야에 도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온리 원’ 정신이 CJ의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밥을 누가 사 먹느냐’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즉석 밥 시장이라는 블루오션을 연 ‘햇반’, 숙취 해소 음료를 처음 선보인 ‘컨디션’, 다이어트 드링크라는 신조어를 만든 ‘팻다운’, 참살이 간식 분야를 개척한 ‘맛밤’ 등이 온리 원 정신으로 탄생된 제품들.

[4] 창의적이고 책임감 있는 인재 양성

CJ㈜가 원하는 인재상도 이런 기업 문화와 일맥상통한다. CJ그룹은 2001년 ‘창의, 도전, 정직, 팀워크, 존중, 고객’이라는 ‘CJ 식스 밸류(Six Value)’를 세웠다.

인사팀 이종기 부장은 “CJ의 인재는 식스 밸류를 공유하면서 생각과 행동이 유연하고, 오픈마인드를 가졌으며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또 2003년 서울 중구 필동에 ‘인재원’을 열고 어학, 직무 등에 관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 사업 비중이 커지면서 글로벌 인재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글로벌 파이어니어(Pioneer)’가 대표적이다. CJ㈜가 진출할 가능성이 높은 국가에 대리, 과장급 직원을 1년간 파견해 직원이 자유롭게 현지 문화를 체험하고 시장조사 등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그룹 차원에서 60명을 선발해 어학 등을 교육시키는 ‘글로벌 풀(Pool) 제도’와 해외 출장 시 현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정규 일정 외에 출장 기간을 3∼5일 더 늘려 주는 ‘이(異)문화 체험 제도’도 CJ가 내세우는 글로벌 인재 육성책이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입사 선호 업종별 No.1’ 소개 기업들:

삼성전자(전기/전자) 포스코(철강) 국민은행(은행) SK텔레콤(정보통신) 현대자동차(자동차) 삼성생명(보험) SK㈜(정유) 신세계(유통) LG화학(석유화학) 삼성증권(증권) CJ(외식/음료) 현대중공업(조선) 포스코건설(건설) 유한양행(제약) 대한항공(물류운송) 삼성카드(카드) KT&G(기타제조업) 한국전력(공기업) 한국IBM(외국계) 삼성물산(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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