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임금 경조사비·학자금 차별 못한다

  • 입력 2007년 6월 3일 14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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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정규직과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임금과 휴일 재해보상 등에 대한 차별이 금지된다.

기간제, 계약직 등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차별 대우를 받은 것으로 판단될 경우 노동위원

회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으며 사업주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고 1억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노동부는 7월 비정규직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처우 금지영역과 차별 가능부문, 차별시정 절차 및 시정제도 등을 소개한 '차별시정 안내서'를 발간했다고 3일 밝혔다.

안내서는 △차별처우 금지영역 △차별 처우 가능 영역 △차별 시정 절차 등 3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이번에 발간한 차별시정 안내서는 기업과 근로자 등이 첫 시행되는 차별시정제도에 대비할 수 있도록 참고용으로 내놓은 안내서"라며 "차별처우에 대한 확정적인 기준은 판례가 축적되는 과정에서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과금 격려금은 차별 지급 가능

안내서에 따르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처우가 금지되는 영역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근로조건인 임금과 근로시간, 휴일ㆍ휴가(연차유급휴가, 산전ㆍ후 휴가 등), 안전ㆍ보건, 재해보상 등이다. 또 상여금과 교통비, 가족수당, 자녀학자금, 경조사비 등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또는 근로 계약 등에 따라 사용자가 지급의무를 부담하는 각종 수당 및 금품 지급에도 차별이 금지된다.

그러나 성과금이나 격려금 등 단체협약이나 근로계약 등에 규정돼 있지 않은 항목은 차별처우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편 취업기간 및 근로기간 등에 따른 차별, 권한·책임의 정도 및 노동생산성에 따른 차별, 경력이나 자격증이 채용조건 또는 기준일 때 이뤄지는 차별처우는 '합리적인 차별'로 분류된다.

●당사자 1명, 3개월 이내에 구제 가능

차별시정제는 기간제와 단시간,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만 적용된다.

안내서에 따르면 차별을 받았다고 판단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차별처우가 발생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을 신청해야 구제받을 수 있다.

차별시정 신청은 반드시 당사자가 직접 내야하며 노조 등이 집단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금지된다. 차별시정 신청이 접수된 뒤 실제 차별처우 여부는 사업주가 입증해야 한다.

노동위원회는 차별처우가 있었다고 판단 될 경우 사업주에게 차별행위 중지, 근로조건 개선, 적절한 보상 등 시정명령과 함께 최고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시정 명령은 차별시정을 신청한 해당 근로자 1인에게만 적용되며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개정 등으로 확대 적용되지 않는다.

차별시정제는 7월 상시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 1892곳과 공공기관 1만326곳에 적용되며 2008년 7월부터는 1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 2009년부터는 5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다.

●재계, 노동계 "현실과는 다른 기준"

한편 노사는 노동부가 내놓은 차별시정안내서에 대해 각각 고용 안정성과 유연성 측면을 들어 불만을 나타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는 3일 "차별시정 기준으로 '임금 등 근로조건에 있어서 불합리한 차별금지' 등의 추상적인 규정을 두어 사용자들이 얼마든지 피해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신청권자에서 노조를 배제해 비정규직 근로자가 실제로 차별시정을 신청할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며 "차별시정 신청 시점을 차별적 처우가 발생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한다고 제한함으로써 비정규직 근로자가 신청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부분의 선진국은 직무분석이나 직무평가의 도입이 보편화돼 차별판단에 대한 공정성이 확보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한국에는 아직 사회적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다"며 "정부가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획일적 기준을 설정하려는 것은 혼란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차별 판단의 대상은 핵심적 근로조건에 한정해 명확히 설정돼야 한다"며 "자녀학자금, 경조사비 등 각종 비 법정수당이나 모든 근로조건이 차별 판단 대상에 포함된다면 불명확성으로 인해 노사간 갈등과 혼란만 증폭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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