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의 보험이야기]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위험?

  • 입력 2007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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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 사망과 장기 생존 중 어떤 게 더 위험할까.

예상보다 일찍 사망해 유가족의 생활이 힘들어질 전자의 가능성과 예상 수명보다 오래 살아 생활비를 조달하기 어려워질 후자의 가능성을 비교하는 건 쉽지 않다.

국내 한 생명보험사에서 장기 경영전략을 짜는 K 이사는 “보험사로선 생존이 사망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생존 위험의 핵심은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 있다.

만약 한 생보사가 20년 뒤 여성의 기대수명을 90세로 보고 연금보험을 팔았는데, 수명이 100세까지로 늘어난다면 엄청난 보험금 지급 부담이 생긴다.

이런 부담은 이미 가시화됐다.

2006 회계연도 기준 생보업계의 위험률 차 이익(예상보다 보험금을 적게 지급함에 따라 생긴 이익)은 1년 전보다 4000억 원가량 줄었다.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연금이나 건강검진 관련 보험금 지급액이 크게 늘어난 결과다.

올 초 생보사들이 사망 위험에 대비한 종신보험 판매에 적극 나선 데는 이런 배경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당초 예상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소비자들은 ‘내가 죽은 뒤’보다는 ‘내가 살아 있을 때’를 대비하려는 경향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따라 생보사들은 최근 마케팅의 초점을 연금보험에 맞추려 하고 있다.

대한생명은 연금보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해 7월말까지 ‘준비된 노후는 축복’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캠페인을 벌인다. 보장자산을 강조하던 삼성생명도 올 하반기(7∼12월)에 ‘프리덤 피프티 플러스’라는 연금보험 상품을 내놓는다.

생보사는 명분을 중시한다. ‘생애설계’라는 보험 특성상 소비자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영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생보사들은 공익성 캠페인을 벌이지만, 그 이면에는 ‘살거나 죽을 위험’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깔려 있는 셈이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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