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찬성도 반대도…어정쩡한 열린우리

  • 입력 2007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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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협상 결과 보고열린우리당 의원들이 4일 국회에서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한미 FTA 협상단 수석대표에게서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세균 당의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장영달 원내대표(왼쪽에서 세 번째)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 30여 명이 참석했다. 김동주  기자
FTA협상 결과 보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4일 국회에서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한미 FTA 협상단 수석대표에게서 한미 FTA 협상 결과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이 자리에는 정세균 당의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장영달 원내대표(왼쪽에서 세 번째)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한 의원 30여 명이 참석했다. 김동주 기자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2층의 한 회의실. 열린우리당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 보고를 위해 참석한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김종훈 FTA 한국 측 협상단 수석대표 등이 정세균 의장과 악수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회의실을 꽉 메운 30명 안팎의 의원은 모두 기립박수를 치며 “수고 많았다”는 격려의 말을 건넸다.

협상단에 대해 “열흘 동안 집에도 못 들어갔다는데…”(송영길 의원) “영웅이다”(홍재형 의원)는 찬사도 쏟아졌다. 그러자 늦게 들어와 구석에 있던 정청래 의원이 “열흘 동안 집에 못 간 것만 잘한 거냐. 20일 동안 단식한 사람(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도 있는데…”라고 쏘아붙였다. 일순 회의장에 어색한 침묵이 돌았다.

한미 FTA 타결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분위기는 혼란스럽다. 협상 타결 전부터 ‘원칙적인 찬성’ 기조를 택했던 한나라당과는 달리 처음부터 찬반론자가 의견 대립을 벌였던 탓에 타결을 받아들이는 양상도 복잡하다.

“한미 FTA를 해야 될 것 같기도 한데 찬성하기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내용도 잘 모르겠고…. 판단을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열린우리당의 한 당직자는 한미 FTA 협상 타결에 따른 당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런 어정쩡한 상황 때문에 당 지도부는 ‘무조건 찬성이나 무조건 반대는 안 되고 협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방향으로 당론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5일부터 당 FTA 평가위원회가 본격 활동할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책무를 잘 챙겨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원론적으로 말했다.

당 FTA 평가위원장인 김진표 정책위의장은 반대 의원들을 설득하겠다는 각오지만 반대론자들이 찬성으로 선회할 가능성은 작은 편이다. FTA 협상 타결에 반대하는 의원 51명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에는 열린우리당 의원 2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당내 대표적인 반대론자인 김근태 전 의장 측도 “협상 타결이 된 지 얼마 안 돼 호의적인 여론이 높지만 구체적인 협상 결과가 나오면 여론도 돌아설 것”이라며 “반대하는 의원들과의 제 정파 연석회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FTA 관련 기류가 어디로 흐를지 예측하기 어렵다.

한편 한미 FTA에 반대하며 단식 중이던 무소속 임종인 의원은 단식 9일째인 2일 위출혈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에 입원했다. 임 의원보다 하루 먼저 단식을 시작한 민생정치모임 천정배 의원은 의료진에게 ‘장기가 손상될 수 있다’ 경고를 받았으나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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