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문기자가 본 그랜저 TG

  • 입력 2007년 3월 22일 15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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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저 Q270
그랜저 Q270
렉서스  ES350
렉서스 ES350
SM7
“렉서스 ES350 대비 품질 85%, 가격 66%?”

놀랄 만한 판매실적을 보이고 있는 그랜저 Q270은 중산층이 꿈꾸는 ‘현실적 드림 카’로 볼 수 있다. 엔진출력은 192마력으로 웬만한 수준을 넘어섰고 주행시 4기통과는 비교할 수 없는 6기통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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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Q270에 장착된 뮤 엔진은 잘 만든 엔진임엔 분명하나 ‘최고의 엔진’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한 수준은 아니다.

3800cc 람다엔진은 266마력에 최대 토크가 36kgm인데 최근의 기술경향으로 볼 때 배기량에 비해서는 평범한 수준. 이와 관련, 현대차가 일부러 출력을 줄였다는 설이 있다.

현재의 연료소비율(연비)을 유지하면서 300마력 정도로 만들 수 있었지만 에쿠스에 들어가는 V8 4500cc 엔진이 배기량에 비해서는 형편없는 268마력 37.6kgm에 불과해 어쩔 수 없이 그랜저의 출력을 40마력 정도 ‘봉인’했다는 것.

그랜저의 옵션은 배기량과 선택사양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과분할 정도다. 2971만원인 그랜저 Q270 럭셔리 모델의 경우 공기청정기와 CD 체인저, 발수 글래스, 레인센서, 후방경보기, 차체 자세제어시스템 등 고급 수입차에 적용된 옵션이 거의 모두 들어간다.

3.8 모델로 올라가면 밝기가 조절되는 사이드미러와 후방 카메라, DVD AV시스템, 뒷유리 커튼, 전동조절식 높이조절 페달, 슈퍼비전 클러스터 계기판 등 렉서스 ES350보다 앞서는 편의장치를 갖추게 된다.

국산차 가운데 Q270과 비교할 만한 모델은 르노삼성차의 SM7 2.3이 유일하다. 출력이 170마력으로 그랜저 2.7에 비해 조금 달리지만 차량 무게가 그랜저보다 40kg 정도 가볍고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이 앞서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실내가 그랜저에 비해 약간 좁고 SM5와 디자인에서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점이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오차범위 내 차이’

고급차의 비교 시승은 민감한 사안이다. 렉서스는 비교되는 것 자체를 거북스럽게 생각하지만 현대차는 비교하고 싶어 안달이다. 손해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일반인과 언론인들을 상대로 가진 그랜저 S380과 렉서스 ES350의 비교시승회에서 나온 반응은 “대체로 그랜저와 ES350이 큰 차이가 없다”는 것.

주행시험장에서 실시한 간단한 비교시승이었기에 정밀한 데이터가 나올 수는 없었지만 초기 품질감은 눈에 띄는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그랜저가 아무리 잘 만든 한국의 대표 차종이라 해도 어떻게 프리미엄 브랜드의 베스트셀러 모델인 ES350과 비교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있다. 렉서스로서는 이런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그랜저가 비교의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편의장치

에어백의 숫자나 차체 자세제어장치(ESP) 등 안전관련 옵션은 비슷하게 갖췄고, 오디오시스템은 ES350이 한 급 위다. 인테리어는 두 모델 모두 무난하다. 적당히 세련되지만 그다지 고급스럽지도 않다. 보는 사람에 따라 그랜저가 더 좋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다만 ES350은 천장을 뒤덮은 파노라마 글라스루프와 고급스러운 통풍시트를 갖춘 것이 매력이다.

운동성능과 승차감

핵심은 엔진과 변속기다. 이 부분에서는 ES350의 판정승이다. ES350은 그랜저보다 300cc가량 적은 3500cc급이지만 최대출력은 277마력으로 오히려 13마력 높다. 게다가 그랜저는 5단인 반면 ES350은 6단 변속기를 갖췄다. 운전을 해보면 이 차이가 바로 느껴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ES350이 7초, 그랜저가 8초 중반으로 상당한 차이가 느껴진다. 엔진과 변속기의 반응도 ES350이 한결 빠르고 정확하다. 브레이크의 감각도 ES350이 한 수 앞선다.

핸들링과 코너링을 결정짓는 서스펜션(현가장치)은 서로 비슷하다. 두 모델 모두 편안함과 부드러움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상당한 완성도를 보이기 때문에 승차감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엔진 소음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고, 고속주행 중 바람소리나 타이어 소리도 막상막하다. 운전자에 따라 승차감 핸들링 등에서 미세하게 ES350이 조금 낫다는 평가도 있지만 오차범위 이내의 수준이어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자웅을 가리기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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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성능에서 ES350을 100이라고 할 때 그랜저는 85정도 되는 느낌이다. 승차감과 소음 편의장치 등은 그랜저가 눈에 띄게 뒤지는 점이 없지만, 엔진과 변속기 브레이크 등 주행성능과 관련된 부분이 약간 열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대신 가격은 그랜저가 ES350의 66%에 불과하다. 품질은 85%이면서 가격은 66%인 셈이다. 그러나 ES350은 렉서스의 브랜드 가치를 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고품격 패밀리 세단의 용도로 어느 차종을 선택하더라도 후회하는 구입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다만 두 차종 모두 가격의 거품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석동빈 경제부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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