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i30, 유럽 돌파 프로젝트

  • 입력 2007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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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 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남동쪽으로 15km 떨어진 오펜바흐 시(市)의 현대자동차 매장.

오후 내내 매장은 한산했다.

딜러인 다미르 뮐러 씨는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준중형 해치백(5도어) 모델이 없어 손님 잡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로 유럽 진출 20년째를 맞는 현대차는 시장점유율이 2%대를 맴돌고 있다.

미국 시장 중심으로 차종을 개발한 탓이다.

밀러 씨는 8월이 오기만을 기다린다고 했다.

현대차의 첫 유럽형 해치백 ‘i30’이 선보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차체 뼈대)을 공유한 해치백 모델인 기아차 ‘씨드’는

연초부터 판매돼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유럽에서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부으며

i30과 씨드에 ‘다걸기(올인)’하고 있다.》

○“씨드, 유럽 차 수준 뛰어넘었다”

이날 오후 오펜바흐 시에 위치한 현대차 유럽본부에는 본사와 유럽 각 지역본부에서 온 마케팅 책임자 20명이 모여 ‘i30’의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었다.

8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이들은 i30이 ‘유럽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돌파구, 약진)’라는 콘셉트에 의견을 모았다. 첫 유럽형 차량인 데다 한국과 미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대차가 돌파구로 삼은 모델이라는 해석이다.

대규모 판매 결의대회도 갖기로 했다. 4월 18일부터는 열흘 동안 유럽의 모든 대리점 대표 2500명을 모아 i30과 관련한 교육 및 판매대회를 연다.

홍보 활동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독일 월드컵에 이어 유럽 국가별 축구대항전 ‘유로 2008’도 공식 후원하고 있다. 후원액만 두 대회 합쳐 6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뮌헨과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짐 싣는 카트부터 중앙역 앞 대형 전광판 등은 온통 붉은색 기아차 로고로 덮여 있었다. 각종 마케팅 행사와 광고비까지 합치면 홍보 비용은 1조 원에 달한다.

850억 원이 투자된 기아차 유럽본부 신사옥도 프랑크푸르트 시내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종합전시장 바로 옆에 짓고 있었다.

현대·기아차의 엄청난 투자는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씨드는 파이낸셜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서 ‘유럽 차 수준을 뛰어넘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씨드의 판매 성적도 괜찮다. 1월 출시 이후 현재까지 6000여 대가 팔려 모닝(수출명 피칸토)에 이어 단숨에 기아차 수출 판매 순위 2위로 뛰어올랐다.

뮌헨 인근 란츠후트 시의 기아차 딜러 요한 돈 씨는 “씨드는 7년, 15만 km 무상보증(유럽 평균 3년, 10만 km)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판매가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불안한 노사관계에 따른 생산 차질이 변수

유럽 판매의 가장 큰 걸림돌은 현대차의 불안한 내부 사정이다. 체코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i30’은 울산공장에서 생산돼 수출된다. 체코공장은 정몽구 회장 비자금 사건으로 착공식조차 1년 넘게 미뤄지고 있다. 외르크 비더만 홍보담당자는 “울산공장에서 파업으로 신차 공급이 늦어지면 독일 월드컵 이후 높아진 브랜드 가치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 차량들의 도전도 거세다. 폴크스바겐 골프 등 쟁쟁한 경쟁차 딜러들이 4000∼5000유로씩 가격 할인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도요타가 올해 초 ‘아우리스’라는 비슷한 차종을 선보여 맞불까지 붙인 상태다.

그러나 회사 측은 아직까지는 가격 경쟁력에서 비교우위에 있다며 판매에 자신감을 보였다.

기아차 유럽법인 장 샤를 리벤스 부사장은 “씨드의 가격은 1만4300∼2만1400유로로 경쟁차보다 3000∼5000유로 싸기 때문에 판매는 호조를 보일 것”이라며 “중국산 저가 차량이 몰려오기 전에 품질과 브랜드 차별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뮌헨·프랑크푸르트=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유럽시장 경쟁 모델 비교

씨드푸조 307
배기량1.4L 1.6L 2.0L1.4L 1.6L 2.0L
연비1.6L디젤 -15.9km/L 1.6L디젤 - 15.7km/L
무상 보증7년, 주행거리 15만 km3년, 주행거리 10만 km
가격1만4300∼2만1400유로1만7550∼2만7000유로
자료: 각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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