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망한다” 현대車 비장한 정신교육

  • 입력 2007년 3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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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생산직을 제외한 현대차와 기아차의 일반직 및 연구직 전원을 대상으로 회사가 처한 위기 상황을 알려 주고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특별 정신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8일 확인됐다.

2만여 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이번 교육은 지난달 19일부터 시작해 이달 27일까지 계속된다.

현대차그룹이 위기관리와 관련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생산직이 교육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근무시스템의 특징 및 노동조합과의 관계 등을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시간짜리 특별 정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직원 가운데 상당수는 “이대로 가면 우리는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 배수진의 심정으로 정신교육

현대차그룹은 최근 판매 부진, 환율 문제, 노사 갈등, 여론 악화, 일본 업체의 질주와 중국 업체의 추격 등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져 있다.

이번 특별 정신교육은 임직원들이 이 같은 급박한 현실을 깨닫고 대응책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미 몇 차례 발표한 비상경영 선포나 임원교육만으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절박함도 있다. 직원들의 자세도 어느 때보다 진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고위 관계자는 “위기의식을 너무 강조할 경우 자칫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지만 이런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배수진을 치는 심정으로 이번 교육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사내 온라인망 등을 통해 담화문 형식으로 회사의 처지를 알려 왔던 과거와는 달리 직원들에게 교육을 알리는 e메일을 보낸 뒤 일일이 교육일정을 잡았다.

서울지역 직원들은 양재동 본사 강당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울산과 전북 전주공장, 경기 화성연구소 등 나머지 지역 직원들은 현지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

○ ‘올해 놓치면 ‘끝’ 위기 호소

이번 교육을 주관한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연구소와 교육기획팀은 회사가 직면한 어려움을 어느 때보다 상세히 설명했다.

회사 측은 이번 교육을 통해 가격경쟁력 약화와 일본 업체의 약진으로 미국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을 솔직히 전달했다.

또 현대차를 둘러싼 여러 악재(惡材)들로 인해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는 등 회사 이미지에 대한 여론 악화도 비중 있게 다뤘다.

특히 곧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하는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베라크루즈와 내년 상반기에 내놓는 차세대 고급 대형 승용차 ‘BH’의 판매가 저조할 경우 회사가 헤어나기 힘든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이와 함께 도요타 등 경쟁업체에 비해 떨어지는 생산성과 중국 자동차업체의 추격 등을 다루며 “지금 당장 크게 변화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며 혁신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회사 측은 교육을 마친 직원들을 대상으로는 교육내용에 대한 설문평가를 진행하며 참여도를 점검하고 있으며 각 팀과 본부별로 혁신과제와 실천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할 것도 지시했다.

교육에 참여한 K 대리는 “회사가 비상경영에 돌입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나쁜지 몰랐다. 사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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