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접대비 영수증 제출기준 강화방침’ 우려

  • 입력 2007년 2월 21일 02시 58분


기업 임직원들이 접대비 등을 쓰고 회사에 영수증을 제출해야 하는 기준 금액이 현재 5만 원에서 내년부터 3만 원으로 낮아진다. 2009년부터는 이 기준이 1만 원으로 더욱 줄어든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번거로움이 커지고 정부가 지나치게 세부적인 부분까지 간섭함으로써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법인이 접대비 증빙자료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금액 기준을 현행 ‘5만 원 초과’에서 내년부터 ‘3만 원 초과’로, 2009년부터는 ‘1만 원 초과’로 단계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접대비를 경비로 인정받기 위해 5만 원이 넘는 접대비의 경우 영수증만 보관하다가 세무당국의 요구가 있을 때 제출했다. 또 5만 원 이하의 접대비는 영수증 없이도 경비로 처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3만 원 초과, 2009년부터는 1만 원 초과 접대비까지 영수증을 제출해야 경비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 제도는 50만 원 이상 접대비를 지출할 경우 접대 대상자의 인적 사항을 의무적으로 기재해야 하는 ‘접대비 실명제’와는 다른 것으로 인적 사항 등은 적어낼 필요가 없다.

이번 조치에 대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세원(稅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됐고 현금영수증 제도도 어느 정도 정착된 만큼 영수증을 챙기는 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많은 기업은 현실적으로 효과보다 부작용이 클 소지가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대기업 경리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사실상 모든 접대비의 영수증을 제출하라는 뜻”이라며 “재래시장, 소규모 식당 등 영수증을 받을 수 없는 곳이 아직 많아 접대비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금액이 줄고 세금 부담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기업 활동의 세세한 부분까지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주대 현진권(경제학과) 교수는 “소액 접대비 영수증까지 모두 제출하게 하면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관리비용과 번거로움이 실익(實益)보다 클 것”이라며 “특히 이런 부담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등에 집중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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