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지자체 부사장으로 모십니다”

  • 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과거 정치인들이 독식했던 정무부지사나 정무부시장에 노 부지사처럼 경제인 출신들을 임명하는 자치단체들이 늘고 있다.

민선 4기가 출범하면서 낙후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경제부처와 금융권, 외국에 탄탄한 인맥과 능력을 갖춘 인물에 대한 자치단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유치에는 경제인이 최고=현재 16개 광역 자치단체 중 경제부처 출신 관료나 전직 기업인을 정무부지사나 정무부시장으로 임명한 곳은 6곳.

전북도는 지난해 8월 삼성코닝정밀유리 상무를 지낸 김재명(55) 씨를 정무부지사로 영입했다.

서울 출신인 김 부지사는 1978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비서실과 삼성전자, 삼성코닝정밀유리 등 삼성에서만 30년 가까이 근무한 삼성맨. 전북과 아무런 연고도 없었지만 전북에 사업장이 없는 삼성그룹의 계열사를 유치하고 삼성의 기업문화를 행정혁신에 활용하겠다는 것이 영입 배경이었다.

이에 따라 김 부지사는 의회와 언론만을 담당했던 과거의 정무부지사와는 달리 투자유치국과 전략산업국, 대외협력국 등 3개 국을 직접 관장하고 결재권도 행사하는 권한을 받았다.

전남도도 이달 초 정무부지사에 행정경험이 전혀 없는 전문금융인 출신 이상면(52) 씨를 선임했다.

외환은행 글로벌마켓 영업본부장을 지낸 이 씨가 발탁된 것은 서남해안 관광레저 기업도시 조성사업(일명 ‘J프로젝트’)과 F1자동차경주대회를 비롯한 굵직한 국내외 투자유치에 필요한 식견과 능력을 갖췄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 부지사는 1979년 외환은행 입행 후 해외투자 등을 전담해 온 국제금융통으로 외환은행의 런던 현지 증권회사인 ‘KEB International Ldn’ 부이사와 서울외환시장 운영협의회장을 지냈다.

강원도와 대구시 역시 ㈜유진그룹 부회장을 지낸 김대기(60) 씨와 산업자원부에서만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보낸 박봉규(53) 씨를 정무부지사와 정무부시장에 발탁했다.

특히 대구시는 정무부시장에 전직 기업인이나 정부 경제부처 고위직 역임자 등을 계속 영입해 가장 재미를 본 자치단체로 평가받고 있다.

대통령경제비서관과 대한투자신탁 사장 등을 역임한 이진무(64) 씨는 1995년 10월 대구시 정무부시장에 취임한 뒤 사무라이본드와 양키본드를 발행하는 등 외자를 대구시에 유치해 외자 차입의 길을 뚫었다.

▽국장급으로 확산=경남도 경제통상국 오춘식(51) 투자유치과장은 2000년 8월부터 현재까지 6년 반 동안 같은 자리에서 근무하고 있다.

20여 년간 삼성테크윈에서 근무하던 오 과장은 경남도 투자유치과장으로 파견된 지 13개월 만인 2003년에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경남도 지방전임 계약공무원 4급으로 임용됐다.

경남도는 투자유치단을 이끌고 외국에 나가거나 국내외 기업인을 만나 투자 상담을 하고 기업의 애로를 해결하는 오 과장의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에만 국내자본 8835억 원, 외국자본 9800만 달러 유치를 기록했다.

부산시도 2004년 10월부터 한화증권 국제영업부 과장과 ㈜리앤코 인베스트먼트 상무이사를 지낸 금융 전문가 권지훈(42) 씨를 외자유치특보로 발탁했다. 권 씨는 작년 말까지 일하면서 동부산관광단지 투자자 모집과 지사과학산업단지 업체모집, 센텀시티 임대용지 매각 등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1억 달러 이상의 외자유치 성과를 올렸다.

경기도도 지난해 9월부터 신광식 문화관광국장(부이사관)과 삼성전자(수원사업장) 이태목 홍보부장을 서로 맞바꿔 2년 일정으로 근무시키고 있다.

경북도는 2차 공모 끝에 성기룡(57) KOTRA 밀라노 무역관장을 다음 달부터 투자통상본부장으로 임명하기로 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