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별들의 고행’…“신입 임원들, 경영수업 받으세요”

  • 입력 2007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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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의 올해 신임 임원 교육에는 처음으로 외국인 임원들이 참여한다.

LG전자 미국법인 존 헤링턴 상무, 프랑스법인 에리크 서데이 상무,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사업부문의 도미니크 오 상무 등이 1월 말부터 시작되는 임원 교육에 예외 없이 참여하게 된 것. 외국인 임원들을 위해 동시통역사가 고용된다. 글로벌 경영을 강조하는 그룹의 행보를 보여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3월쯤 신임 임원 교육을 계획 중인 SK그룹은 올해 신규 임원에 대한 ‘미디어 트레이닝’을 강화하기로 했다. 외국계 미디어 컨설팅 회사에 의뢰해 신임 임원들이 언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법을 상세하게 교육하기로 한 것.

연말 연초 임원 인사를 끝낸 주요 기업들은 조만간 신임 임원들을 대상으로 합숙 교육에 들어갈 예정이다. 흔히 기업의 ‘별’로 불리는 임원이 되면 통상 부장 시절에 비해 급여가 1.5∼2배로 뛰고 집무실, 차량, 교제비 등이 제공되는 등 ‘대우’가 달라진다.

하지만 이런 혜택에는 스트레스도 따라간다. 실적이나 부하 직원 관리에 관한 스트레스도 있지만 ‘교육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이제부터 임원” 빡빡한 훈련

삼성그룹은 3월 초순에 5박 6일의 신임 임원 교육을 한다.

삼성그룹의 교육은 오전 8시부터 시작해 오후 10시까지 진행되는 ‘빡빡한’ 과정이다. 토론식 교육 위주로 진행되며 조직 관리와 직원 통솔, 보안교육, 노사관계 등을 주로 다룬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1월 말이나 2월쯤 3박 4일의 신임 임원 교육을 하기로 했다. 부하 직원들의 동기유발 방법론이 포함되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5월에 신임 임원 교육을 한 SK그룹은 올해는 3월에 3박 4일의 교육을 한다. 효율적인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을 교육한다. 임원들이 자원봉사를 하는 시간도 있다.

삼성그룹과 SK그룹 신임 임원 교육에는 배우자도 참여한다. 삼성그룹은 신임 임원 교육 마지막 날인 5일째 부부 동반 만찬을 한다. 호암아트홀에서 단체 공연 관람을 하고 신라호텔에서 배우자와 함께 하룻밤을 보내는 것으로 교육을 끝낸다.

SK그룹은 교육 마지막 날 신임 임원의 배우자가 연수원으로 들어와 교양 강좌를 들은 뒤 최태원 회장이 참석해 부부 동반 만찬을 한다. 이 자리에는 ‘회장과의 대화’가 마련돼 있다.

○기존 임원도 재교육과 자기계발은 필수

대기업 임원이 되면 거의 매년 재교육이나 자기 계발 노력을 하고 그 성과를 평가받아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인재개발팀에서 정해 준 경영 관련 서적을 임원에게 읽게 한 뒤 1년에 2차례 평가지를 통해 주관식 시험을 치러 점수와 순위를 개별 통보한다.

LG그룹은 임원들에게 반드시 2박 3일의 ‘사업가 육성교육(EnDP·Enterpreneur Development Program)’을 받도록 하고 있다. 9개의 주제 가운데 매년 1가지 이상의 과정을 듣는다.

SK그룹 임원은 스스로 특정한 분야를 정해 전문가에게서 테스트를 받는 제도도 마련돼 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측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충한다. 비용은 회사 부담이다.

1주일에 2차례 중국어 강좌를 듣는 임원 3년차의 한 임원은 “재무나 경영 이론에 대해서는 전문가에 가깝다고 자부하지만 어학 실력이 모자라는 것 같아 보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그룹 임원은 또 글로벌 역량 강화 프로그램 교육 대상자로 선발되면 6개월 동안 현업을 떠나 해외 연수를 받는다.

삼성그룹의 전무급 이상 임원들은 ‘시니어 임원’ 교육을 따로 받는다. 현장 업무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연수의 목적이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교육을 위해 4박 5일 정도 해외 출장을 가서 자료를 찾거나 주요 인사와 면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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