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생현 “어린이용품 팔아 번 돈 입양아 돕는데 쓰고 있죠”

  • 입력 200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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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정말 ‘황금돼지 해’가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때문에 출산율이 높아진다면 한국의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이겠지요. 우리 회사만의 기회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출산율 저하로 고전하고 있는 유아용품 업체들이 2007년 모처럼 특수(特需)를 맞을 전망이다. 쌍춘년인 지난해 결혼한 신혼부부가 많은 데다 올해는 재물 복을 준다는 돼지띠 해여서 많은 부부가 계획 임신을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아·아동용품 전문 업체인 보령메디앙스의 조생현(61·사진) 사장도 정해(丁亥)년 특수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300억 원의 매출 실적을 올린 이 회사는 올해 매출 목표를 1700억 원으로 잡았다.

매출 목표가 지난해 매출에 비해 400억 원이나 늘어났지만, 최근 몇 년간 이 회사의 성장세를 고려하면 그리 어려운 목표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

2003년 보령메디앙스 사장을 맡은 조 사장은 당시 연 560억 원이던 이 회사의 매출을 3년 만에 2배 이상 끌어올렸다. 조 사장에게는 취임 후 매년이 ‘황금돼지 해’였던 셈이다. 한 발 앞을 내다본 시장 공략이 이 회사가 급성장한 비결이다.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외동아이가 많아졌어요. 전체 시장(아이 수)은 줄었지만 부모들이 외동아이에게 고급 제품을 마련해 주려는 경향이 생기면서 고급 시장은 커졌지요.”

이 회사가 2004년 프랑스 명품 아동복 브랜드인 ‘타티네 쇼콜라’를 라이선스로 들여온 것이나 얼마 전 미국 아동복 브랜드 ‘오시코시 비고시’를 내놓은 것도 이런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다.

최근에는 ‘요즘 부모는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제품을 구입한다’는 점에 착안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유아 전문 브랜드 ‘하티앙’을 내놓았다.

올해 매출목표 달성을 위해 조 사장은 고급 아동용품 시장과 함께 아토피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갈 계획이다.

조 사장이 사업 확장에만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아니다. 유아용품 사업으로 수익을 올린 만큼 그 수익을 사회에서 소외받는 부모와 아기에게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베트남어로 된 임신 출산 가이드북을 제작해 한국에 시집온 베트남 여성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또 입양기관과 연계해 국내 입양 활성화 활동도 벌이고 있다. 해외 입양아들을 위해서 홀트아동복지회의 아동보호소를 보령메디앙스의 최고급 제품으로 꾸며 주기도 했다.

“사실 어린아이들이 뭘 알겠어요. 하지만 외국으로 떠날 때까지만이라도 가장 좋은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하자는 최소한의 배려지요.”

조 사장은 “좋은 일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못 키워줘서 미안하다는 뜻”이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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