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CEO 경영 베스트 &워스트

  • 입력 2006년 12월 26일 02시 56분


《2006년 한 해는 경제계에 ‘뜬 별’과 ‘진 별’이 유난히 많았다. 대우건설이나 LG카드 등 ‘대어(大魚)’를 낚고 놀랄 만한 성장세로 승승장구한 기업인이 있었는가 하면, 경기침체를 이기지 못해 하나 둘 무대 뒤로 사라진 기업인도 많았다.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로 법의 심판대에 오른 기업인과 경제 관료도 적지 않았다. 찬란하게 빛난 별과 스러져 간 별을 통해 2006년 경제계를 되돌아본다. 》

○ 대형 M&A로 승승장구

올해 가장 눈길을 끈 기업인으로는 대우건설 인수에 성공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박삼구 회장이 꼽힌다. 박 회장은 대우건설을 6조4000억 원에 인수해 재계 11위이던 금호그룹을 8위로 끌어올렸다. 2004년 1월 그룹 회장직에 오른 박 회장은 2년 만에 금호그룹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규모를 키우는 데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국내 신용카드 업계 점유율 1위인 LG카드를 인수해 주목을 받았다. 나 회장은 2003년 국내 최고(最古) 은행인 조흥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자산 7조 원의 LG카드까지 품에 안으면서 명실상부한 금융계 최고의 경영자 중 한 명이 됐다.

‘가장 잘나가는’ 내수기업 중 하나인 신세계의 구학서 부회장은 5월 월마트코리아 지분 전량을 8250억 원에 인수하는 ‘깜짝쇼’를 선보였다.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 경쟁 업체들이 한국까르푸 인수에 전력투구하는 사이 은밀히 인수합병(M&A) 협상을 진행해 알짜 점포 16개를 거머쥐었다. 신세계는 1993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국내 최초의 할인점을 선보인 이후 13년 만에 100호점 시대를 열기도 했다. 구 부회장은 이 같은 공을 인정받아 연말 인사 때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남용 부회장은 LG텔레콤 사장을 그만둔 지 5개월 만에 LG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LG전자 최고경영자(CEO)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뛰어난 경영 능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이 발탁 배경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박정인 부회장도 현대차 비자금 사태로 그룹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면서 9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지난해 현대모비스 고문으로 물러난 지 1년 만에 ‘소방수’로 나선 것.

○ 경기침체에 무너진 신화

2003년부터 LG전자를 이끌어 온 김쌍수 부회장은 심각한 실적 부진의 여파로 LG전자 CEO 자리에서 낙마했다. LG전자 입사 이후 주로 생산 현장에 근무하면서 35년 만에 CEO까지 오르는 ‘신화’를 만들었지만 결국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팬택계열이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벤처 신화도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그는 1991년 4000만 원으로 팬택을 창업한 뒤 15년 만에 매출 4조 원대의 중견기업으로 성장시켰지만 휴대전화 업계의 치열한 경쟁을 버텨 내지 못하며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았다. 정권 실세들과의 끊임없는 연루설도 위기를 불러 온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외환은행에 이어 LG카드 인수전에서도 연속으로 쓴잔을 마셨다. 두 번의 초대형 인수 시도가 실패하자 그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은 비자금 사건이 불거지면서 한때 구속되는 불운을 겪었다. 정 회장은 다음 달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도 경제계를 뒤흔든 뉴스 중 하나였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출신인 변양호 보고펀드 대표와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등이 잇달아 사법처리됐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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