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돈 필요 없습니다”…대기업 설비투자 기피 탓

  • 입력 2006년 12월 1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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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이 설비투자를 꺼리면서 올해 대기업의 은행대출 잔액이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1월 말 현재 종업원 수가 300명 이상인 대기업(제조업 기준)의 은행대출 잔액은 26조1225억 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2조5476억 원 감소했다.

대기업들이 은행에서 새로 빌린 자금보다 기존 대출을 갚은 금액이 더 많았다는 뜻이다.

대기업의 은행대출 잔액은 △2002년 말 32조951억 원 △2003년 말 29조1497억 원 △2004년 말 24조7408억 원 등으로 매년 줄었다. 지난해 말 28조6701억 원으로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다가 올해 들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12월에는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이 많아 대체로 상환 규모가 신규 대출 규모보다 크다. 한은은 이 때문에 올해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최저치인 2004년 말(24조7408억 원) 수준을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이광준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이 대출을 많이 하는 것과 달리 대기업은 수출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기존 대출을 갚거나 기업 내부에 쌓아 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런 추세 때문에 전기전자 자동차 음식료 화학 철강 통신 등 주요 업종별 상위 3개 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99.5%에 그치고 있다.

대기업들은 회사채 신규 발행도 별로 없어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회사채 발행액보다 상환액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국장은 “대기업들이 경기부진 등으로 내부 자금을 재투자할 동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대기업 은행대출 잔액 추이
시기대출 잔액(원)
2002년 말32조951억
2003년 말29조1497억
2004년 말24조7408억
2005년 말28조6701억
2006년 11월 말26조1225억
대기업은 종업원 300명 이상. (자료: 한국은행)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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