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는 AS 안되나요?…中企들, 규정-방법 몰라 낭패 일쑤

  • 입력 2006년 11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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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7일 열린 중소·벤처기업 인수합병(M&A) 설명회에서 중소기업인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7일 열린 중소·벤처기업 인수합병(M&A) 설명회에서 중소기업인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강의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홍진환 기자
《20년간 운영하던 제조업체를 처분하고 얼마 전 휴대전화 콘텐츠 업체를 12억 원에 인수한 M사의 정모 대표이사는 뜻하지 않은 ‘복병’ 탓에 낭패를 봤다. 인수 협상과정에서 매도자 측이 공개하지 않았던 밀린 저작권료 2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 정 대표는 “유망한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기업을 인수했지만 규정과 방법을 정확히 몰랐던 게 화근이었다”며 “소송을 제기하면 승산이 있었지만 회사 경영에 나쁜 영향을 줄까봐 포기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이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대거 뛰어들고 있지만 정확한 정보나 방법을 몰라 실패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7일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소·벤처기업 M&A 추진 및 협상 성공전략 설명회’에는 M&A에 관한 정보를 얻으려는 기업인들로 북적거렸다.

○ 기업 규모 키우기 위해 M&A 필요

“매물(기업)은 어떤 게 있죠. 어떤 회사가 사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나요.”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매물을 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날 설명회장을 찾은 중소기업인 90여 명은 진지하게 강의에 귀를 기울이며 수시로 질문을 던졌다.

제약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조모 대표이사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개발 못지않게 기업 규모로 싸워야 할 필요성이 높아가고 있다”며 “요즘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 M&A가 중요한 화두”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참가자는 M&A 관련 정보와 노하우가 없어 고심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기업인은 “중소기업은 기술 개발 투자에 부담을 갖기 때문에 이미 기술을 확보한 기업을 인수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정보가 없고 방법도 몰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기업 인수를 추진했다가 마무리 단계에서 실패한 반도체 부품업체의 권모 부장은 “중소기업 간의 M&A는 ‘복덕방’ 수준의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정확한 정보가 없어 최종 결정을 내리는 단계에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 매칭시스템 구축 필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대형 M&A 대행업체들이 성업 중이고 자격을 갖춘 M&A 전문가도 많아 비교적 안전하게 기업을 사고팔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그에 반해 국내에서는 중소기업 M&A가 많지 않고 제대로 된 정보 소통 창구조차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간 M&A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을 연결해 주는 체계적인 ‘매칭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종태 M&A포럼 대표이사는 “M&A 시장에서 중소기업 관련 정보는 거의 없어 시장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중소기업 간 M&A가 투명하고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매칭시스템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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