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속의 출총제…재경부-공정위 이견 심각

  • 입력 2006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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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순환출자 금지를 골자로 한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의 대안을 내놓았지만 출총제 폐지 여부는 오리무중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결코 공정위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직설적인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출총제를 규정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처리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도 의견이 거미줄처럼 엇갈려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재경부 산자부 “공정위는 경기 생각 안 하나?”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권오승 공정위원장은 6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20여 분간 긴급 회동했다. 예정에 없는 만남이었다. 재경부-공정위-산자부 간 겉도는 출총제 대안 협의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견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권 위원장이 신규 환상(環狀)형 순환출자 금지와 비환상형 순환출자 대기업집단 중 중핵(中核)기업에 한해 출총제를 도입하자고 했지만 권 부총리가 “더 이상의 규제는 곤란하다”며 거부했다.

이를 전해들은 재경부 산자부 관계자들은 청사 밖 흡연실에서 줄담배를 피우며 공정위를 성토했다.

재경부의 한 간부는 “공정위가 세상 물정을 알기는 하는 거냐”고 언성을 높였다. 산자부 관계자는 “정세균 산자부 장관도 공정위의 출총제 대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쪽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동규 공정위 사무처장은 “재경부 등도 순환출자의 폐해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며 “협의가 길어지겠지만 출총제는 공정위가 주무 부처”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재경부 산자부 장관과 공정위 위원장은 9일 만나 출총제 대안을 놓고 의견 조율을 시도할 계획이지만 합의 없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

○ 정부 겨우 합의해도 국회내 의견 엇갈려

출총제 대안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정부가 가까스로 합의하더라도 정작 이를 논의할 국회 내 의견이 엇갈려 당초 계획과는 달리 연내 처리는 힘들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국회 정무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견해는 ‘무지개 빛’처럼 다양하다.

정무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신학용 의원은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공정위가 밝힌 대안 중 신규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면서도 “기존 환상형 순환출자나 비환상형 순환출자를 또 다른 출총제로 규제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미 형성된 순환출자 구조를 소급해서 끊겠다면 기업의 지배구조가 뿌리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같은 당 김현미 의원은 “대안 없는 출총제 폐지는 곤란하고 순환출자의 문제점도 짚어야 하지만 공정위 안이 유력하다고는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유선호 의원 등은 “출총제를 완화해야 하지만 폐지에는 반대”라며 출총제 존속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체로 출총제의 우선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고진화 의원 정도가 “기업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순환출자 금지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대안에 대한 관계 부처 시각
공정거래위원회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
― 신규 환상형 순환출자 금지. 기존 출자는 유예기간을 두고 해소 유도
― 비환상형 순환출자 대기업집단은 중핵 기업에 한해 부분적인 출총제 유지
― 대안 없는 출총제 폐지는 안 되지만, 출총제 논의가 기업 부담을 더는 방향으로 가야 ― 출총제 대안은 필요하지만 기업에 더 부담을 주는 것은 곤란.
이중대표소송제 등 사후 규제가 적당
자료: 각 부처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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