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절 다 갔나”…한은 성과급 도입, 직원들 ‘귀 쫑긋’

  • 입력 2006년 10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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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이 내린 직장’의 하나로 꼽히는 한국은행 직원들이 다음 달 1일 나올 ‘인사 고과 성적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은이 설립 이후 처음으로 ‘성과급 제도’를 적용한 성적표에 따라 상여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실국장급인 1, 2급 고위직은 인사 고과가 우수한 30%(전체 정원 대비)에 대해 기준(본봉의 150%)보다 최고 25%포인트 많은 상여금을 받는다.

이에 반해 하위 30%는 기준보다 최고 25%포인트 삭감된 상여금이 나온다. 인사 고과에 따라 상여금이 본봉의 50%포인트(최저 125%, 최고 175%)까지 차이가 난다는 얘기다. 고위직 간부 3명 중 1명은 눈물을 삼켜야 할 상황에 처한 셈.

과차장급인 3, 4급은 최고 40%포인트(최저 130%, 최고 170%), 조사역 이하인 5, 6급은 고과 성적에 따라 최고 30%포인트(최저 135%, 최고 165%) 차이가 나는 상여금을 받게 된다.

성과급 차등 폭이 민간 기업에 비해서는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지만, 설립 이후 호봉에 따른 인사 운영 체계가 굳건히 유지돼 온 한은에서 차등 지급이 주는 충격은 예상 밖으로 크다는 것이 한은 내부 사람들의 얘기다.

특히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1, 2급 간부들은 성과급 상여금 명세를 받아드는 순간 앞으로 승진 경쟁에서 살아남을지가 사실상 결정되기 때문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는 말도 나온다.

중간 간부나 하위직들도 다소 느슨했던 은행 분위기가 성과급 제도의 본격 실시로 ‘완전 경쟁 체제’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불안해하는 눈치다.

한은의 한 중간 간부는 “중앙은행의 성격상 인사체계가 보수적이고 직원들 간 경쟁도 치열하지 않아 한은만큼 편안한 직장도 없을 것이라는 주변의 평가가 있었으나 이는 모두 옛날 얘기”라고 씁쓸해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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