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섭 오리콤 사장 “지갑보다 자부심을 채워줍니다”

  • 입력 2006년 10월 23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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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경영’을 펴고 있는 오리콤의 고영섭 사장은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불어넣어 일의 가치를 찾아줘야 성과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오리콤
‘프라이드 경영’을 펴고 있는 오리콤의 고영섭 사장은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불어넣어 일의 가치를 찾아줘야 성과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오리콤
“직원들의 지갑보다 자부심을 먼저 채워 주세요. 돈보다 가치를 위해 일할 때 가장 좋은 성과가 나옵니다.”

최근 두산그룹계열 광고대행사 오리콤은 ‘3년 이상 근무한 전 직원을 중국 지사에 순환근무시키겠다’는 ‘부러운’ 발표를 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모든 직원이 근무 시간에 모여 단체로 영화를 보기도 한다. 본부별로 ‘미래 전략’에 대한 난상토론을 정기적으로 벌이거나 전문가 특강도 연다. 이 회사 고영섭(47) 사장이 최근 발표한 ‘오리콤 프라이드(Pride·자부심)’ 운동의 하나다. ‘오리콤만의 자랑스러운 조직문화를 만들자’는 것. 오리콤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생긴 광고사로 한때 ‘부동의 1위’였지만 지금은 업계 8위(2005년 광고대행금액 기준)로 밀려나 있다. 고 사장은 이 운동으로 조직에 ‘긍정적 에너지’를 불어넣어 과거의 영화를 되찾겠다고 벼르고 있다.

“처음엔 ‘월급을 올려 주면 자부심은 당연히 생긴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죠. 요즘엔 자신도 모르게 소속감과 책임감이 생긴다는 반응이 많아요. ‘뼈대 있는 가문 출신’임을 자꾸 주입받다 보면 ‘난 남들과 달라야 한다’는 의식이 생기고, 성과도 좋아집니다.”

그는 “인수합병(M&A)이나 사업 다각화 등으로 외형을 키우기보다는 이런 방식으로 내부 역량을 강화해 기회를 기다릴 생각”이라고 했다. 대형 광고사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현실에서 규모를 지향하는 것이 어렵기도 하지만 경기침체로 ‘먹고살 거리’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1987년 오리콤에서 광고기획자(AE) 생활을 시작한 고 사장은 “광고 준비로 연중 가장 바빠야 할 하반기가 한산한 것으로 봐서 내년 경기도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이 신규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증거라는 것.

고 사장은 광고회사의 핵심역량인 광고 제작 분야에는 ‘무한 투자’를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해외 유명 광고 제작자들과 접촉하고 있다. 이들과 손을 잡고 한국적 취향이 아닌 글로벌한 시각의 광고를 만들겠다는 것.

오리콤은 극심한 광고 가뭄 속에서 지난해 국민은행이라는 대어(大魚)를 낚았다. 10여 차례의 광고주 프레젠테이션(PT)을 고 사장이 직접 뛴 결과다.

일할 때 가장 큰 행복을 느낀다는 그는 “사장을 그만둬도 광고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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