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왕국 소니, 불량왕국 되나

  • 입력 2006년 10월 19일 20시 12분


코멘트
'기술의 소니'가 흔들리고 있다.

소니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리튬이온전지에서는 심각한 품질불량이 발견됐고, 야심적으로 투자해온 차세대 DVD레코더(재생녹화기)와 주력게임기는 경쟁업체에 선수를 빼앗겼다.

지난해 6월 취임한 쥬바치 료지(中鉢良次) 사장은 연구개발에 대한 집중투자를 통해 '기술의 소니'를 부활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으나 이렇다할 성과는 내지 못한 상태.

▽불량 전지 문제=미국의 델은 자사 노트북PC에 탑재한 소니의 리튬이온전지에서 발화(發火)와 이상발열 문제가 발생하자 410만개를 회수하겠다고 8월 14일 발표했다.

이어 열흘 뒤에는 미국의 애플컴퓨터도 소니의 전지 180만개를 회수하기로 했다.

생산과정에서 금속가루가 섞여 들어간 것이 불량 원인이었다. 기본적인 품질관리에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것이다.

소니는 자체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더 이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채 한달도 지나지 않은 9월16일, 소니 전지를 사용한 중국산 레노보 노트북PC에서 발화사건이 일어났다.

더구나 이번에는 자체적으로 발화 원인을 찾아내지 못해 외부에 조사를 맡기는 등 소니의 체면은 땅에 떨어졌다.

지금까지 회수가 결정된 소니 전지는 약 800만개. 특히 도시바 등 일부 업체는 소니 전지 때문에 제품이미지가 악화됐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차세대 DVD레코더(녹화재생기)=소니는 3일 차세대 DVD인 '블루레이' 규격에 맞춘 레코더를 발표했다.

기억용량이 25GB(기가바이트)인 1층구조형 제품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용량이 50GB인 2층구조형 제품에서 중대한 결점이 발견됐다. 경쟁사인 마쓰시타전기산업의 'HD-DVD'가 두 층을 다 기록한 데 비해 블루레이는 한 층 밖에 기록하지 못했던 것.

차세대 DVD레코더 발매시기도 마쓰시타는 11월15일로 잡은 데 비해 소니는 12월8일로 더딘 걸음을 보이고 있다.

▽주력 게임기=소니는 블루레이를 사용한 주력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PS3)를 올 봄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출시시기는 11월로 한 차례 늦춰졌다. 유럽시장에는 내년 봄에야 출시가 이뤄지게 됐다. 블루레이 디스크 드라이브의 핵심부품인 레이저 다이오드를 대량생산하는데 차질이 생겼기 때문.

미국과 일본시장에 배정된 PS3수량도 400만대에서 200만대로 줄이기로 했다.

일본의 경제전문가들은 소니가 생산기능을 지나치게 외부에 이전한 것이 시장주도권을 잃고 표류하게 된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소니가 영화와 음악 등 콘텐츠 분야에 치우치면서 제조업의 기본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