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해양영업부 “2% 확률을 성공으로… 실력으로 승부”

  • 입력 2006년 9월 28일 03시 01분


2년여간 기도하는 심정으로 뛴 끝에 조선해양부문에서 단일 계약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16억 달러 해양설비 공사를 따낸 현대중공업 해양영업부 직원들. 이들은 기술력을 앞세워 외국 업체로는 처음 아랍에미리트의 원유, 천연가스 개발 관련 사업을 맡았다.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2년여간 기도하는 심정으로 뛴 끝에 조선해양부문에서 단일 계약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16억 달러 해양설비 공사를 따낸 현대중공업 해양영업부 직원들. 이들은 기술력을 앞세워 외국 업체로는 처음 아랍에미리트의 원유, 천연가스 개발 관련 사업을 맡았다.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수주확률 2%에서 98%까지 극과 극을 몇 번이나 오갔습니다. 2년여 넘게 진행된 입찰 경쟁 기간에 기도하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현대중공업 해양영업부 김종도 이사는 세계 최대인 16억 달러(약 1조5200억 원) 규모의 해양설비공사를 따낸 감회를 이렇게 밝혔다.

이 회사는 최근 아랍에미리트 합작석유회사인 아드마옵코사가 발주한 조선해양설비사상 세계 최대 규모의 공사(단일계약금액 기준)를 수주했다.

▽본보 27일자 B2면 참조▽

▶현대重, 플랫폼 수출 1조5200억 원… UAE서 해양공사 수주

김 이사는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했다고 자부한다”며 “성공적인 공사로 중동시장을 잡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공사는 아랍에미리트가 원유, 천연가스 개발과 관련해 외국 업체에 발주한 첫 사례다.

○ 엎치락뒤치락 불꽃 경쟁

2004년 6월. 참여 업체 자격 심사가 시작됐다. 후보는 7개 회사에서 현대중공업과 NPCC컨소시엄으로 좁혀졌다.

아랍에미리트 회사인 NPCC와 프랑스 테크닙이 손잡은 NPCC컨소시엄이 여러모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이들은 현지 업체가 포함된 점을 내세웠다. 두 회사의 강점을 결합하는 시너지효과도 강조했다. 현지 정부의 일부 관계자는 “이렇게 큰 공사를 왜 외국 업체에 주느냐”고까지 말했다.

다급해진 이연재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사장은 현지에 직접 가서 관계자들에게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이 사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주 가능성은 쉼 없이 오르내렸다.

“우리가 가져가겠다 싶으면 다시 저쪽으로 기울어졌죠.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피가 마를 지경이었습니다.”(김 이사)

결국 현대중공업은 정공법을 택했다. 입찰가격을 오히려 NPCC컨소시엄보다 10∼15%보다 높게 써 낸 것. 그 대신에 고급 자재를 사용하고 오래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더 큰 이익을 보장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가격이 아니라 기술로 승부한 것이다.

○ 될까→되겠다→꼭 한다

현대중공업 해양영업부 직원들은 입찰경쟁이 시작된 뒤 매주 일요일 새벽에 울산 본사 인근 산에 올라 공사수주를 위해 기도했다.

이들은 처음에 ‘과연 할 수 있을까’하며 반신반의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졌다. 올해 들어선 꼭 해 내겠다는 오기로 바뀌었다.

최희수 해양영업부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입국가 중 원유생산량 4위인 아랍에미리트는 큰 공사를 계속 발주하니 이번에 꼭 수주해야 한다는 의지를 다졌다”고 말했다.

올해 5월쯤 수주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계속 늦춰졌다.

결국 기술력을 일관되게 앞세운 현대중공업은 NPCC컨소시엄에 판정승을 거둘 수 있었다.

해양플랫폼은 아부다비 인근 해상의 움샤이프 유전지대에 2010년까지 설치돼 하루 30만 배럴의 원유와 2800만 m³의 천연가스를 생산하게 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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