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할 곳은 마땅치 않고…”

  • 입력 2006년 7월 26일 19시 58분


코멘트
○ 해외 자본 본격 유출 신호탄?

하이닉스반도체는 올해 4월 중국 투자법인인 하이닉스·ST반도체유한공사에 2억 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당초 연말로 예정된 12인치(300mm) 웨이퍼 생산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였다.

하이닉스반도체 관계자는 “중국정부가 제시한 10억 달러 융자 제공 약속 등 각종 투자유치 정책에 매력을 느껴 지난해 중국에 공장을 세웠고, 앞으로도 투자를 늘려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 투자 규모는 20억 달러다.

삼성SDI는 최근 헝가리 브라운관 생산공장에 4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하면서 수원 공장의 모니터형 브라운관 생산라인 두 곳을 연내에 폐쇄하기로 했다. 제품 경쟁력에서 국내 생산라인을 운영해서는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지지부진한 가운데 대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가 급증해 올 상반기(1∼6월)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가 외국인의 국내투자보다 처음으로 많아졌다.

국내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과 개인이 해외로 자본을 갖고 나가기 시작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가시화하고 있다.

○ 내국인과 외국인 해외투자 사상 첫 역전

26일 재정경제부와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대기업은 올 상반기 37억6000만 달러를 해외에 투자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해외투자 규모가 111.4% 증가했다.

여기에 해외투자 규제가 풀린 개인과 중소기업의 해외투자도 가세하면서 올 상반기에 모두 70억8000만 달러의 해외 직접투자가 이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금액 기준으로 83% 늘어난 규모다.

반면 올 상반기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 규모는 49억2000만 달러로 반기(半期)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가 외국인의 국내투자를 추월했다.

외국인의 대한(對韓) 직접투자는 2002년 47억9000만 달러였으며, 매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다가 4년이 지난 올 상반기에도 40억 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9% 증가에 그쳤다.

반면 내국인의 해외투자는 2002년 28억60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4년 만에 3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

올 상반기에 삼성전자가 미국 뉴저지 주에 대형 유통회사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LG필립스LCD 하이닉스반도체 삼성SDI 등 대형 제조업체가 해외투자에 열을 올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박대식 상무는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겠지만 여전히 기업 규제가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고, 해외의 투자 환경이 국내보다 나은 측면이 있어 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개인-중기 해외 부동산 건설 투자 열 올려

개인과 중소기업은 올 상반기 부동산업과 건설업 투자에 열을 올렸다. 건설과 부동산 부문의 해외 직접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4.8배와 7.4배 늘어났다.

이는 재경부가 내놓은 △개인의 해외부동산 취득 한도 폐지 △개인의 100만 달러 이내 투자 목적 해외부동산 취득 허용 등 규제 완화책에 따른 것이다. 중소기업과 개인의 해외 직접투자액은 각각 27억1000만 달러와 6억2000만 달러로 59.1%, 58.1% 늘어났다.

국가별로 보면 말레이시아가 부동산개발 투자를 중심으로 31배, 카자흐스탄이 주택건설 투자를 중심으로 44배가 증가했다.

장재형 재경부 국제경제과장은 “개인과 중소기업의 부동산 투자는 규제 완화에 따라 앞으로도 상당 기간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