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휘발유-자동차 양극화 바람

  • 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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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최근 고급 휘발유 ‘엔크린 솔룩스’의 판매가 늘어나자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이 회사의 고급 휘발유 판매는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65% 늘었다.

이 회사는 고급 휘발유를 취급하는 주유소를 현재 180개에서 올해 말까지 380여 개로 200개 이상 늘리기로 했다.

고급 휘발유는 보통 휘발유에 비해 옥탄가를 높여 엔진을 보호하고 차량 성능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보통 휘발유에 비해 L당 100∼150원 비싸 서민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제품. 하지만 각 회사 고급 휘발유의 인기는 계속 높아 가고 있다.

반면 일반 휘발유의 판매는 제자리걸음이다. 고(高)유가가 이어지면서 휘발유 소비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서민들이 애용하는 경차의 판매는 줄어든 반면 고급 휘발유를 많이 소비하는 국산 대형차와 고급 수입차의 판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불황의 그늘이 서민층에 더 큰 직격탄을 보여 준다는 사실이 여기에서도 드러난 셈이다.

○ 고급 휘발유 판매 작년보다 55% 증가

11일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각 정유사의 고급 휘발유 판매량은 15만5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5%, 2004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25% 늘었다. 지난해 1∼5월 고급 휘발유 판매량은 10만 배럴이었다. 전체 휘발유 판매량 가운데 고급 휘발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0.4%에서 올해 0.6%로 커졌다.

이에 비해 보통 휘발유 판매량은 작년보다 0.3% 줄어들었다. 올해 1∼5월 보통 휘발유 판매량은 2396만9000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04만4000배럴보다 7만5000배럴 줄었다.

정유업계는 고급 수입차와 대형차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다소 비싸더라도 고급 제품을 쓰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고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유가 상승으로 보통 휘발유 소비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 경차 ‘헉헉’ 대형차 ‘씽씽’

유가에 민감한 자동차 시장에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수입차, 대형차의 판매가 늘고 경차 판매는 줄었다.

올해 상반기 수입차 판매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6월 국내 수입차 신규 등록대수는 모두 2만193대로 지난해 상반기 1만2930대에 비해 56.2% 늘었다.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3.25%에서 올해 상반기 4.36%로 늘었다.

국산 대형차의 판매도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완성차 업체가 판매한 대형차는 모두 7만129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8655대에 비해 21.5%나 늘어났다. 중형차의 판매도 지난해에 비해 13.8% 늘었다.

반면 국내에서 생산되는 유일한 경차인 GM대우 마티즈의 판매는 올해 상반기 1만966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4298대에 비해 19.1%나 줄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경기에 민감한 서민층이 차량 구입을 미룬 반면 경제력이 있는 중상류층은 신차를 구입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며 “휘발유 가격이 올라도 경유에 비해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경유를 쓰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체 수요로 고급 대형차 판매가 늘었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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